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10월 ‘이달의 좋은․나쁜 신문보도’ 선정․발표 (2015. 11. 18)
등록 2015.11.18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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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신문보도, 북한이 국정화 투쟁 지령내렸다 보도한 문화일보

 

  민언련이 2015년 10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나쁜 신문보도’를 선정했다.

 

 

 

  좋은보도,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심란한 삶’ 조망 나선 경향신문

  ‘1964 허기진 군상’에서 ‘2015 허기진 군상으로’
  1964년 경향신문은 빈곤이 극에 달한 당시 민중들의 실태를 ‘허기진 군상’ 시리즈로 전하며 박정희 정권에 이에 대한 책임을 물었고, 이 보도로 정간 조치됐다. 50여년이 지난 2015년 10월, 경향신문은 ‘新허기진 군상’를 보도했다. 경향은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에 다가섰고, 세계 13위권의 경제대국이 됐음에도 대다수 한국 사회 구성원들이 여전히 ‘허기진’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본 것이다. 경향은 연령, 사회적 입지, 인종 등을 관통하는 우리 사회의 빈곤‧소외 문제를 조망하고, 이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찾고자 했다.

 

  10부 38편의 장정 ‘신 허기진 군상’
  경향신문의 新허기진 군상은 사회부 정제혁 기자(팀장), 사회부 구교형·박용필·선명수·백철·이혜리·김지원·김상범·배장현·김서영 기자가 함께 구성한 10부작 38편의 보도이다.


  10월 6일 보도한 1부는 ‘행복을 잃은 아이들’ 3건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아이들의 행복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10월 8일 보도한 2부 ‘미래 없는 청년들’ 4건에서는 우리 사회 약자의 대명사가 된 청춘세대의 고통을 그렸다. 10월 16일 보도한 3부 ‘노동 천민 주홍글씨 비정규직’ 4건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현실을 담았다. 10월 21일 4부 ‘대한민국에서 집이란’ 4편에서는 대한민국의 주택문제를 10월 26일 5부 ‘빚 권하는 사회’ 5건에서는 학자금부터 전세자금 등 빚을 안고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짚었고 10월 28일 6편 ‘병원 가기 두려운 사람들’ 4건은 의료보험이 있으나 현실적으로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빈곤층과 재난적 의료비 문제 등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현실을 짚었다. 11월 3일 보도한 7편 ‘노후가 드리우는 공포’ 4건은 한국인의 노후생활에 대한 불안과 어려움을 담았고, 11월 5일 8편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4건은 대한민국에서 이방인과 약자로 살아가는 이주민에 대해 다뤘다. 11월 9일 보도한 9편 ‘깨진 공동체, 각자도생하는 사람들’ 4건에서는 가족, 지역, 직장, 학교와 같은 전통적 공동체 결속력이 깨져 각자 고독 속에서 생존하고 있는 현실을 담았다. 10편 ‘에필로그’ 6건은 헬조선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희망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그렸다.

 

  ‘야만의 사회’에서 사라진 행복
  경향신문의 ‘新허기진 군상’ 2015년 대한민국의 현실을 이렇게 그렸다. 어린이, 청년, 노인의 삶은 각각 “행복을 잃은”, “미래 없는”, “공포”로 규정된다. 아이들은 “무한경쟁에 내몰”리거나 때로는 “애초 사다리를 붙잡을 기회조차 갖지 못한”채 행복에서 멀어지고 있다. 청년들은 “불안한 미래”와 계층 상승이 노력으로도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하나같이 한국 사회에 절망감을 토로”한다. 노인의 삶은 “고장난 육신과 텅 빈 손”으로 남겨진다. 이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야만적인 사회”이기 때문이다.

 

  고통은 세대에 국한되지 않는다. 외환위기 이후 범람하기 시작한 “노동천민” 비정규직은 “주홍글씨”를 자녀에게 대물림하고 있으며, “외국인 이주노동자와 결혼 이주여성들은 우리 안의 ‘식민지’”가 되어 더 높은 강도로 착취당한다. 거주 문제에 있어서도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가 생겨나면서 집을 가지지 못한 이와 가진 이 모두 각기 다른 고통과 두려움 속 “편치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재난적 의료비’를 감당하기엔 보호망이 너무 성긴” 탓에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죄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사회 안전망이 사라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생활비를, 사업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빚이라는 “수렁에 빠져” “감옥 같은” 삶을 살고, “전통적 공동체의 결속력”이 떨어지고 “국가나 사회가 옛 공동체의 역할을 대신해주지도 않”는 상황에 처해 “고단하고 고독한 개인들의 세계”에서 이런 삶을 각자 견뎌낸다.

 

 

  ‘총 77건’ 고통과 희망의 증언 담아낸 경향
  경향신문은 이 같은 세대와 계층에 따른 삶의 고통을 조망하기 위해 크게 △사례를 소개하고 △해당 문제에 대한 역사적 맥락을 짚는 방식을 취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부분은 총 77건에 달하는 개별 사례들이다. 이 중 에필로그 등에서 일종의 대안 제시 차원으로 소개된 몇몇 사례를 제외한 익명의 증언은, 우리 주변에 산재한 삶의 고통을 대변함과 동시에 ‘헬조선’으로 대표되는 현 상황을 거대한 모자이크화로 구성한다. 


  해당 사안의 역사적 맥락을 조망하는 것 역시 각 사안이 우리 사회의 ‘문제’가 되어버린 과정을 살펴보고 ‘어긋남’의 본질을 추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 깊다. 이를테면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7년은 “청년들의 삶에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해 작금의 청년 문제의 시발점이 된 시기이자 “본격화된 노동 유연화 정책의 결과” 비정규직 문제가 싹튼 시기로 지목된다. 또 “한국이 ‘송출국’에서 ‘유입국’으로 바뀐” “1980년대 후반은 한국 이민사상 중요한 시기”로 꼽으며 지금 현재 이주노동자들이 겪고 있는 차별적 현실을 과거 “파독 광부 중동 건설 인력” 등 외지로 나간 한국인들이 겪었던 “녹록치 않은 설움”과 등치시킨다. 사례와 역사 짚기를 통해 경향신문은 ‘헬조선’이라는 외침을 개인의 투정이 아닌 사회 전반의 구조 문제임을 강조한다.     

 

  ‘헬조선’이지만, ‘그래서, 그럼에도’

  그렇다면 대안은 어디에 있을까. 경향신문은 이 땅을 떠날 수도 있고 욕할 수도 있지만 결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땅에서 살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는 “나부터 실천에 나서지 않으면 세상은 눈곱만큼도 바뀌지 않는다”며 “나의 행동이 곧 나의 대안”임을 강조한다. 긴 여정을 거쳐 다다른 이 결론은 다소 싱거운 것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상 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역시 모두 알고 있다. “희망은 희미하고 무기력과 냉소는 뚜렷”하지만 “이곳을 ‘지옥’으로 남겨두지 않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약자를 도태시키는, 이 ‘지옥’의 반대편에 “존중과 우애의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향신문은 희망 혹은 희망을 쫓는 움직임의 증거로는 △“‘이윤의 극대화’가 아닌 ‘이윤의 적정화’를 꿈꾸는 회사” △약자들의 ‘계모임’인 “청년연대은행” △참사 현장을 드나들며 진실을 증언하는 “최소한의 변화를 꿈꾸는 사진가 모임” △“사회적 예술로 ‘올바름’을 알리는” 예술가 △이주자를 돕고 교육하는 또 다른 이주자 등의 사례를 제시한다.


  전체 사례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 희망적 움직임은 ‘지옥’에 드리워진 가는 동앗줄처럼 보인다. 이 동앗줄은 개개인의 행동과 참여를 통해 더 길고 두껍게 보강될 수도 있다. 이 와중 경향신문은 “이들의 고통은 결국 정치가 풀어야 한다”는 지적 역시 잊지 않는다. 개개인의 움직임이 단순한 선행에 그쳐서는 구조적 모순이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민언련은 ‘넋두리’ 혹은 ‘변명’으로 치부될 수도 있는 ‘헬조선’의 실태를 충실히 보도하고 대안과 희망 제시를 놓치지 않은 경향신문의 ‘新허기진 군상’ 보도 38건을 2015년 10월, 이달의 좋은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보도, 국정교과서 반대 세력 종북몰이 나선 문화일보

  국정화 저지 투쟁을 북한 선동으로 왜곡
  문화일보는 지난 28일 <북,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궐기투쟁” 지령문>(10/28, 1면, 민병기 기자) 기사를 단독 보도했다. 보도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이 국내 친북 조직 및 개인에게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한 반대 투쟁과 선동전을 전개하도록 지시하는 지령문을 보냈다고 강조했다.


  문화일보에 따르면 북한이 ‘종북세력’에게 주문한 것은 “민중총궐기 투쟁 열기를 더욱 높여 나가는 것”과 “재야 모임, 언론 매체를 적극 활용해 박정희를 이어받은 박근혜 정권의 친일 행각과 사대주의를 폭로하고 다양한 형식과 방법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비판 선전 사업”을 벌여 나가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반대 기자회견, 토론회, 항의 시위” 역시 북한이 제시한 “반정부 투쟁 전술”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 보도대로라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기 위해 할 수 있는, 혹은 이미 하고 있는 거의 모든 행위가 ‘북한의 지령’과 일치한다. 보도에서 이런 행위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공안당국 관계자의 발언은 결국 전형적인 ‘종북몰이’이다. 

 

 

  수신자도 발신자도 정보 제공자도 희미한 ‘지라시’
  문화일보 보도의 근본적 문제점은 선명한 지령문의 내용과는 달리 지령문의 존재 및 수신자와 발신자, 이를 폭로한 대북 소식통의 실체 등 신뢰성을 높일만한 정보가 극단적으로 희미하다는 점이다. 이 세세한 지령을 보낸 주체인 ‘대남공작기관’이 언제 누구에게 이를 발송했는지 문화일보와 정체를 알 수 없는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밝히지 않고 있으며, 해외 친북 단체는 조총련 등으로 어설프게나마 특정되어 있으나 국내의 경우 “친북 조직 및 개인”이라는 식으로 얼버무려져 있다. “인터넷과 SNS 등에 북한 당국의 지령대로 국정화 반대 논리와 반정부 선동 글을 올리는” 사람들 역시 “일부 국내 북한 추종 세력”으로 공안당국의 이름을 빌어 규정하고 있으나 이 연결에 대한 실질적 근거는 역시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문화일보 민병기 기자의 해당 기사는 사실상 기사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는, ‘지라시’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의 “일부 종북 세력과 북한의 국정교과서 반대 논리가 동일하다”는 발언은  문화일보 보도의 목적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실제 문화일보의 이 보도는 그대로 ‘종북몰이’에 활용된다. 오마이뉴스의 <“국정화 반대는 북의 지령” 새누리당 ‘종북’ 카드 꺼냈다>(10/28) 보도를 보면, 28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여당 의원들은 당일 석간으로 보도된 해당 기사를 근거로 “국정 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북한 주도의 ‘적화통일’을 준비하고 있다”, “북에서 지령을 내려 일부 종북 세력을 선동했다”고 주장하며 야당 의원들을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국정화 비밀 TF 의혹 논의는 증발했다. 한겨레는 <국정화 밀리자…여당, 어김없이 ‘종북몰이’>(10/29, 김진우·유정인 기자) 보도를 통해 문화일보를 필두로 시작된 이 같은 종북론 공세가 과거 유신독재 시절의 종북론을 따르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문화일보는 민언련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 모니터 대상 신문이 아니다. 그러나 민언련 선정위원회는 실체와 근거가 불분명한 ‘북한의 지령’을 앞세워 정부가 추진하는 교과서 국정화의 당위성을 옹호하고 국정화 반대세력을 ‘종북’으로 몰아 공격한 문화일보의 ‘북한의 국정화 투쟁 선동 지령’ 보도를 제외한 채 ‘10월의 나쁜 신문보도’를 논의하는 것이 미흡하다고 결론을 모았다.


  이에 민언련은 문화일보의 ‘북한의 국정화 투쟁 선동 지령’ 보도 1건을 2015년 10월, 이달의 나쁜 신문보도로 선정한다.

 

  교과서 교사 집필진 ‘종북몰이’ 매진한 조선일보
  한편 선정위원회는 모니터 대상 5개 신문의 중에서 2015년 10월의 ‘이 달의 나쁜 신문보도’는 조선일보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과서 교사 집필진 비판 보도’라고 입을 모았다.


  조선일보는 크게 교과서와 교과서 집필진, 역사 교사를 모두 ‘좌편향’으로 규정하며 국정화 반대 논리를 비판했다. 실제 교과서에 대해서는 <‘김일성 정권 수립, 남한 주민도 투표 참가’ 북 거짓 주장 버젓이>(10/14, 5면, 이선민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이미 수정된 사항을 아직도 현존하는 문제인 양 보도했으며, 교과서 집필진에 대해서는 <국정 교과서 현대사 필진, 36명 중 31명이 ‘좌파’ 성향>(10/8, 3면, 김성모 정경화 기자), <동문들 끼리끼리 만든 국사교과서>(10/9, 1면, 김성모 정경화 김지연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좌편향”, “끼리끼리” 등으로 폄훼했다.


  역사 교사에 대해서는 <일부 좌파 역사교사 “우리가 갈 길은 사회주의”>(10/15, 4면, 김성모 정경화 기자) 등의 기사를 통해 “귀를 의심케 하는 교사들의 언행”을 비롯, 일부 극단적 사례를 전반적인 현장 상황인양 확대해 보도했다. 전체적으로 선정위원회는 10월 조선일보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교과서 교사 집필진 비판’ 보도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나, 단순 의혹을 부풀려 정부 여당의 기관지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끝>

 

2015년 11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