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좋은 보도상_
민언련 2015년 8월 ‘이달의 좋은·나쁜 방송보도’ 선정·발표(2015.9.18)
등록 2015.09.18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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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벌점 피하려다 노동자 죽인 기업과 산재 문제 파헤친 JTBC

 

 

 

좋은 방송보도, 기업의 산재 은폐 실태와 그 원인 고발한 JTBC

 

지난 8월 18일, 청주의 한 화장품 제조 공장에서 직원 이 모씨가 작업 도중 지게차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회사는 산업재해 신고를 피하기 위해 119 구조대를 돌려보냈는데 이런 늑장 대응과 무리한 이송으로 결국 이 씨는 숨을 거뒀다. JTBC는 이 사실을 가장 앞서 보도하고, 다음날 타사가 같은 내용을 전할 때 위험한 노동환경, 벌점을 피하려 산재를 은폐하는 기업 행태, 고질적인 원청‧하청 관계 문제 등 사건의 근본적 원인까지 상세히 짚었다. 흔한 기업 내 사고로 취급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산재은폐 과정에서 나온 살인행위라는 점을 강조하고, 이후 한국의 참담한 노동현실로까지 의미를 확대해 추적했다는 점에서 JTBC의 보도를 2015년 8월 이달의 좋은 보도로 선정한다.

 

한국의 참담한 노동 현실 중 하나인 산업재해 문제
 한국의 산업재해 실태는 참담한 수준이다. 매년 산업재해로 사망하는 노동자가 2000여명에 이르는데 이는 OECD 국가 중 최악에 속한다. ‘죽음의 공장’이라 불리는 현대중공업에서는 작년에만 9명의 하청노동자가 산재사망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더 심각한 것은 대기업과 하청업체의 산재은폐다. 지난 6월 24일, 현대중공업노조와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울산지역노동자건강대책위원회는 현대중공업 본사가 위치한 울산 동구 지역 정형외과 1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총 62건의 산재은폐 의심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불안한 작업 환경 속에서 노동자들이 다치거나 죽어가는 동안 기업들은 사고를 숨기기에 바쁜 것이다.

 

 “그는 살 수도 있었습니다”, 단순사고로 묻힐 사안에 의미를 담은 단독보도
 지난 8월 18일에도 그런 참사가 반복됐다. 대기업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제조공장에서 직원 이 모씨가 작업 도중 지게차에 치여 숨진 것이다. 충북 청주의 화장품 공장의 노동자 사망 사고가 벌어진 18일, JTBC는 단독보도 2건을 포함한 3건의 보도로 이 사고를 상세히 전했다.


 첫 단독보도인 <숨겨져 있던 어느 노동자의 죽음>(8/18, 10번째, 정제윤 기자)는 “하마터면 억울하게 원인조차 모를 뻔했던 한 노동자의 죽음에 대해 얘기하려고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그는 살 수도 있었습니다”라는 앵커의 언급을 시작으로 사고의 전말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직원 이 모씨의 사고 직후, 직원들은 119를 불렀고 7분 만에 구조대가 회사 입구에 도착했으나 회사는 별 일 아니라며 돌려보냈다. 그리고 30분 거리에 있는 지정병원 구급차를 다시 불렀다. 20분 넘게 땅바닥에서 고통을 호소하던 이 씨는 들것도 없이 회사 승합차에 옮겨진 후 구급차로 다시 옮겨졌으나 정형외과 전문인 지정병원에서 치료가 안 되자 재차 근처 종합병원으로 후송됐다. 결국 이 모씨는 과다출혈로 숨졌다.

 

 다음날 <‘지게차 사고’ 억울한 죽음…파문 확산>(8/19, 6번째, 박소연 기자)는 회사와 경찰‧노동청의 사건 축소 의혹을 제기했다. 회사가 119를 돌려보내며 사고를 축소하려한 정황이 CCTV에도 분명 남아 있는데 경찰이 이를 단순한 교통사고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보도는 “처치 지연이 사망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조사가 필요”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지방 노동청마저도 “사건이 발생한 지 3주가 넘었지만 지게차 운전자와 2명만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산재를 피하기 위해 119를 돌려보내는 부분”은 아예 문제 삼지도 않았다. 119 후송만 제때 이뤄졌어도 살 수 있었던 안타까운 죽음과 이를 은폐하려한 회사의 행태를 경찰과 노동청까지 모른 체 한 것이다. 
 이렇게 사고 내용은 물론 사후처리까지 다룬 방송사는 JTBC뿐이다. 타사의 경우 SBS만이 <119 돌려보내고 우왕좌왕…직원 끝내 숨져>(8/19, 11번째, 유영수 기자) 1건을 보도했다. 

 

 사고의 두 가지 원인 조목조목 따진 JTBC
 JTBC는 사건의 전말을 알린 첫 단독보도의 바로 다음 보도부터 사고의 원인을 설명한다. 단독보도 <앞도 안 보이는 지게차로…>(8/18, 11번째, 박소연 기자)는 “지게차의 무리한 작업환경과 산업재해 벌점제도가 가지고 온 모순”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고 있다. 먼저 “안 보이는데 그냥 들이받으니까 넘어진 다음에도 걔가 끌려간 거지. 엄청나게 위험한 짓이라고”라는 사고 공장 관계자의 인터뷰를 통해 위험한 작업환경을 고발했다. “작업을 빨리 마치기 위해 규정을 어겨가며 짐을 많이 실었고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감으로 운전”하는 상황이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숨진 이 씨는 지난해 초에도 지게차에 치여 석 달 동안 병원에 입원”했으나 “회사는 당시에도 산업재해로 신고하지 않았습니다”라며 이번 사고가 처음이 아님을 폭로하기도 했다.
 

△ JTB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이어지는 <119 모르게…비정한 회사>(8/18, 12번째, 김진일 기자)는 두 번째 원인인 산업재해 벌점제도의 모순을 설명한다. “119로 신고가 되면 산업재해로 신고가 되기 때문에 이후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산재 은폐는 결국 “산업재해에 대한 벌점을 피하기 위해 사람 목숨을 걸어야”하는 상황까지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비단 하청업체 뿐 아니라 대기업에서도 비일비재함을 보도는 고발하고 있다. 지난 2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 공사현장에서 안정망을 설치하던 조모 씨가 추락사 했는데 신세계 측은 “400미터 떨어져 있는 119 구조대 대신 2.5km 떨어져 있는 지정병원에 먼저 연락”했다. 10월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의 추락사 사고 당시 롯데 측도 지정병원에 신고하기 위해 119 구조대를 바로 부르지 않았다.

 

 잦은 산업재해와 그 은폐, 근본원인은 뿌리 깊은 원청‧하청관계 문제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이 이뤄지고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재해 벌점을 피하기 위해 기업이 신고도 하지 않는 기형적 현상에는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JTBC는 <원청업체 눈치 보느라 ‘쉬쉬’>(8/19, 8번째, 정제윤 기자)에서 이를 “뿌리 깊은 원청, 하청 관계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꼬집었다. “하청업체들이 산업재해 신청을 피하려는 건 단지 벌점 때문만이 아니라 원청업체의 눈치를 봐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 JTBC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리포트가 시작되면 충격적인 화면이 나타난다. 국내 한 대기업 공사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군사 훈련처럼 얼차려를 받고 있는 장면이다. “현장에서 한 직원이 손가락 부상을 입은 것에 대해 후속 조치로 얼차려를 받는” 상황이라는 것이 기자의 설명이다. 하청업체의 경우에는 안전사고 발생시 더 심한 조치가 가해진다고 한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산재로 인한 벌점이 원청과의 계약에서 불이익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8월 18일 사고가 난 회사 역시 대기업에 화장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였다. 보도는 “처벌과 벌점 위주의 산재 관련 법규를 바꾸지 않는 이상 악순환이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을 전하면서 원청‧하청관계 문제와 제도의 한계를 모두 짚어주고 있다.

 

 JTBC는 이번 청주 화장품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보도 10건에서 저널리즘의 올바른 역할을 보여주었다. 첫 보도에서 앵커가 직접 언급했듯 “알려지지 않은, 하마터면 억울하게 원인조차 모를 뻔했던” 사건을 타사보다 먼저 단독으로 보도했고 사고 이면에 숨겨진 노동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구체적으로 따졌다. 기업들이 이윤을 위해 위험한 작업환경을 방치하고 사고까지 은폐하며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현실을 고발한 것이다. 이는 타사가 가벼이 여기는 사고를 비중있게 다뤄 우리 사회의 가장 치명적인 치부 중 하나를 폭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민언련은 JTBC ‘청주 화장품 공장 노동자 사망 사고’ 관련 보도를 2015년 8월, 이달의 좋은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나쁜 방송보도, 이종걸 원내대표 비난하며 친일 세력 비호한 TV조선

 

TV조선은 8월 1일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을 문제삼는 보도를 4건씩이나, 그것도 톱 보도 바로 다음에 배치해 보도했다. 타 방송사는 언급도 하지 않은 내용이었다. 문제가 된 발언은 “(해방 후 70년)이 친일과 변절, 독재가 여전히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은, 그들만의 조국이었다”는 것이었다.  TV조선은 이에 대해 특별한 근거는 제시하지 못한 채, “편향된 시각”, “운동권식 사고”, “편가르기”라고 비판을 쏟아냈다. 그러나 TV조선은 광복절 관련 보도에서 축제만 5건이나 보도하고 독립운동가나 위안부 문제는 외면하는 등 오히려 편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심지어 친일을 구분할 기준이 없다며 친일파 청산을 부정하고 친일파를 옹호하기도 했다. 이에 민언련은 TV조선 ‘이종걸 원내대표 친일파 비판 발언 보도’ 4건을 2015년 8월 이달의 나쁜 방송보도로 선정한다. 


 지난 8월 1일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업적을 재조명하기 위해 서울시가 개최한 ‘돌아온 이름들’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축사에는 “(해방 후 70년)이 친일과 변절, 독재가 여전히 당당하고 부끄럽지 않은, 그들만의 조국이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 세력을 직접 겨냥한 발언이었다. 새누리당은 즉각 반발하며 “광복 70년의 역사 속 우리 민족의 자주성과 충정어린 노력을 비하하거나 이념 갈등, 세대 갈등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또한 젊은 세대에게 잘못된 역사관을 심어줘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뉴라이트는 이승만 국부론을 주장하고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관을 내세우며 헌법이 국가의 정통성으로 규정한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4‧19혁명의 가치를 짓밟고 있다. 문제는 청와대와 여당까지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모두 부친의 친일행적이 분명하게 드러난 인물들이다. 더불어 친일파를 앞세워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를 무력으로 와해시킨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이런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전히 친일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함을 방증한다.

 따라서 언론이 이종걸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고자 한다면 최소한 친일파 청산 관련 논란과 독립운동의 의미를 균형 있게 검토한 후 그 적실함을 따져야 한다. 하지만 TV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주요 방송사 중 유일하게 이 원내대표의 발언을 문제 삼은 TV조선은 일방적으로 발언을 비난하면서 새누리당과 뉴라이트 세력을 대변했다. 이에 반해 위안부 문제와 독립운동에는 무관심했다.

 

 친일파 비판이 편협한 역사관이고 편 가르기다?
 타 방송사는 언급도 하지 않은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을 총 4건, 그것도 톱 보도 바로 다음에 배치한 TV조선의 비판점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친일파 비판이 편향된 역사관이라는 것과 편 가르기 정치라는 것이다.


 <‘친일‧변절‧독재 조국’ 논란>(8/2, 2번째, 김보건 기자)은 이 원내대표가 “대한민국의 역사에 대해 편향된 시각”을 드러냈다고 했다. <‘자랑스럽지 않은 역사’ 발언 왜?>(8/2, 3번째, 백대우 기자)는 “새정치연합이 여전히 80년대 운동권식 사고를 벗어나지 못 해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고 지적하고 2003년 대통령 취임식에서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자가 득세하는 굴절된 풍토는 청산되어야 합니다”라고 성토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까지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런 발언들이 “모든 사회 현상을 피해의식 속에서 바라보고 니편 내편으로 가르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민영삼 포커스컴퍼니 전략연구원장의 말을 전했다. 불의한 친일 세력 및 정치권에 대한 비판을 야권의 ‘운동권식 사고’로 재단한 것이다. TV조선은 <과거에도 ‘막말’ 논란> (8/2, 4번째, 신은서 기자)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보도를 이어갔다.

 이런 비판이 성립하려면 우리 역사에서 불의한 친일파와 정치세력이 모두 청산되어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어야 한다. 독립을 위해 투신한 선조들의 역사가 제대로 평가되고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 이런 작업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TV조선의 논리는 불의에 대한 비판을 근거도 없이 편협한 사관으로 매도하는 ‘공안식 사고’이자 ‘편 가르기’이다.

 

 패널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친일파 옹호한 TV조선
 또한 <이종걸 보도자료 ‘친일‧변절‧독재 조국’ 파문>(8/2, 5번째)에서는 전원책 변호사의 입을 빌려 노골적으로 친일파를 옹호하고 있다. 전원책 변호사는 “친일과 항일을 제대로 구분할 수 없다”, “친일파를 배운자, 가진자와 연결하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는 이유로 친일파 청산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 TV조선 관련 보도 화면 갈무리

 

 하지만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먼저 친일은 법적으로도 명확히 구분하는 기준이 있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년 1006명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명단을 발표할 때 이는 모두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을 따른 것이었다. 특히 특별법 시행령 제2조는 ‘친일의 정황이나 1차 자료가 아니라 입증가능한 구체적인 행위를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엄정한 선정 기준을 두고 있어 친일반민족행위자의 수가 민간단체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 4389명에서 1006명으로 확연히 줄어든 것이었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2010년, “친일 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해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사회정의를 구현한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해당 법조항은 적절한 수단이다”라며 국가차원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이 합헌임을 선언했다.

 

 친일파가 기득권이 아니라는 주장도 현실과 다르다. 뉴스타파 <친일과 망각 : 제2부 친일 후손, 그 성공의 비밀>은 청산되지 않은 친일파의 사회적 지위와 재산이 그 후손들까지 기득권으로 만들고 있음을 객관적으로 증명했다. 뉴스타파는 공식적으로 인정된 친일파 1006명의 후손 가운데 학력과 직업이 확인된 1177명을 조사하여 서울대 출신이 22.8%, 의사가 12.5%, 기업인이 32%, 정치인‧법조인‧공직자‧언론인이 14% 였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친일파 후손 대부분이 “우리 사회의 최상위 계층에서 활약하는 ‘잘 나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이는 독립운동가이자 반민특위 위원장이었던 김상덕 선생의 장남 김장륙 씨가 학비가 없어 대학도 중퇴하고 평생 막노동과 신문배달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 것과 대비된다.

 

 광복 70주년인데 독립운동가‧위안부 문제에는 관심 없는 TV조선
 광복 70주년을 맞이한 8월의 TV조선 보도를 보면 TV조선은 ‘공안식 사고’와 ‘편 가르기’에 여전히 갇혀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아베 총리의 과거사 사과 논란 보도를 제외하면 위안부 문제 관련 보도는 단 2건에 그쳤다. 독립운동을 조명하는 보도도 6건 뿐이었다. 이는 8월 한 달 간 위안부, 강제 징용된 조선인, 독립운동과 관련해 총 25건을 보도한 KBS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심지어 독립운동 관련 보도 6건 중 2건은 서대문 형무소를 찾아 독립투사 추모비에 헌화한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 관련 보도이고 다른 2건은 역사 교과서 관련 보도이다. 사실상 직접적으로 독립운동을 다룬 보도는 오희옥 지사 등 여성 독립 운동가를 조명한 <“광복은 이뤘지만”…통일향한 아쉬움>(8/16, 29번째, 조정린 기자) 단 1건 뿐이다.

 

 특히 2건의 역사 교과서 관련 보도에서 드러나는 심각한 왜곡은 TV조선이 얼마나 편협한 시각에 갇혀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유관순은 없고…김원봉은 있다>(8/18, 5번째, 윤수영 기자)는 대부분의 역사 교과서에 실린 김원봉 선생이 “1948년 북한으로 넘어가 6‧25 남침에 앞장선 인물”이라며 열을 올렸다. 이는 명백한 왜곡이다. 김원봉 선생은 해방 후 친일 경찰 노덕술에게 고문당한 끝에 어쩔 수 없이 월북했고 북에서는 전쟁수행 또는 군 관련 직책을 맡은 적이 없다. 한국전쟁 당시 김원봉과 직접 관련된 부대도 없었다.  <‘미주 독립운동’ 교과서는 외면>(8/18, 6번째, 김혜민 기자)의 경우 “이 전 대통령의 독립운동 활동이 자세히 저술된 교과서는 지학사 단 한 곳 뿐”이라 한탄하며 이승만 저 대통령의 재평가를 촉구했다. 하지만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호놀룰루 신문에 “나는 반일감정을 일으킬 생각이 없다”고 기고했고 상해임시정부 초대 대통령 시절 공금을 유용하는 등 갖가지 방법으로 임정 활동을 방해했다. 김원봉 선생을 한국전쟁의 주동자라 왜곡하면서 친일 경찰 노덕술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친일 발언과 임정 방해 활동을 서슴지 않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찬양하기 바쁜 TV조선이 과연 이종걸 원내대표의 친일파 비판 발언을 편협한 사관이라 규정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스럽다. 

 

 이외에도 국민정서에 반하는 발언은 셀 수도 없다. “해외 독립 자금을 우리나라에서 걷었는데 그걸 서민과 농민들이 다 냈는가? 그건 아니다”라며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부친인 김용주처럼 돈으로 일본 제국주의에 협력한 친일파를 옹호하는가 하면 “그 시대 태어나서 공부하고 출세하려 발버둥친 것이 과연 친일인가”라며 일제강점기 출세와 공부는 꿈도 꾸지 못한 대다수 민중과 목숨마저 초개와 같이 버린 독립 운동가를 모욕하기도 했다. 이렇게 친일파 논란과 직결된 독립운동은 물론 위안부 문제 등 식민지 아래 민족의 고통은 외면하면서 친일파를 노골적으로 옹호한 TV조선은 친일파 청산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따라서 TV조선의 이종걸 원내대표 발언 비판은 근거도 정당성도 없다. 이는 단지 왜곡보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역사에 반하는 반민족적 나쁜 보도라 할 수 있다. <끝>
 

2015년 9월 1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