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모니터_
10월 8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2008.10.9)
등록 2013.09.24 15:06
조회 376

 

이명박 정부의 방송장악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지상파 방송 보도의 공정성 후퇴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일각에서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이른바 ‘땡전뉴스’가 부활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 단체는 지난 9월 8일부터 KBS, MBC, SBS 저녁종합뉴스에 대한 일일 모니터 브리핑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상파 방송들이 권력의 눈치를 살피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하는지, 수구보수신문들의 의제설정에 끌려 다니지 않고 우리 사회 민주적 성숙을 위한 의제설정 역할을 제대로 하는지 등을 집중 모니터 할 예정입니다.

 

10월 8일 방송 3사 저녁종합뉴스 일일 브리핑
역사학계의 분노 외면한 KBS·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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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방송3사, 초등학교 ‘일제고사 부활’ 문제도 겉핥기
 

8일 전국 초등학교 3학년 대상 국가수준 기초학력 진단평가가 치러졌다. 지난해까지는 초등학교 3학년 중 3%만을 표집해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했지만 올해부터 대상을 전국 모든 초등학교 3학년으로 확대해 ‘일제고사 부활’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일제고사 부활로 초등학교부터 서열화 될 것이며, 이로 인한 사교육비 증가, 입시경쟁 심화 등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KBS와 MBC는 일제고사 실시 역시 단순 전달하는 데 그쳤으며, SBS는 일제고사에 반대해 체험학습을 떠난 일부 교사와 학부모들을 비판하는 교총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다뤘다.

KBS는 <10년만에 일제고사>에서 “교과부는 전국 학교별로 학력 수준을 평가해 공개하기 위해 시험을 확대했다고 밝혔다”며 일제고사를 보는 학교의 모습과 이에 반대해 체험학습을 간 학부모들의 모습을 비췄다. 이어 “전교조와 평등교육실현 학부모회도 기자회견을 열고 일제고사가 학생들의 학업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시험 철회를 촉구”, “교과부는 시험을 방해하는 교사에 대해서는 엄중하게 대처하겠다”며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단순전달 했다.

MBC는 <초등학교 3학년 일제고사>라는 제목의 단신으로 다뤘다. 보도는 “모든 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본 건 1998년 이후 10년만인데, 평등교육학부모회 등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은 시험을 거부하고 경기도 포천에서 생태체험학습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SBS는 <10년만에 부활..갈등>에서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전교조 등을 비판하는 교총의 목소리를 비중있게 실었다. 보도는 전교조 등이 일제고사를 반대하는 이유가 “전수 방식의 학력 평가에 반대하는 것은 학교정보 공시제, 고교 선택권 확대, 그리고 교원평가제 등 일련의 정부 정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방식의 운동에 대한 비판도 상당”하다며 “교육활동의 중요한 일환인 평가를 거부한다는 것은 학생을 볼모로 해서 교육을 포기하는 행위이며 학교의 혼란과 학부모의 우려를 증폭시키는 일”이라는 교총 대변인의 인터뷰를 실었다. 그러면서 “일부 학부모, 학생 단체들은 전국적인 학력 평가를 거부하는 등교 거부 운동까지 벌일 예정이어서 교육계의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2. KBS·MBC, 역사학회 기자회견 보도 안해

8일 한국사연구회, 한국역사교육학회 등 21개 역사 관련 학회가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정부와 한나라당이 고등학교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압박하는 것에 대해 “교과서 검인정 제도를 부정하고 국정화하려는 행위로, 역사 교육에 대한 도전이자 역사적 퇴보”라며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라고 성토했다.
역사 교과서의 일부 내용이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저자들에게 교과서 수정을 압박하는 것은 몰상식한 행위다. 그러나 방송3사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수정 압박과 이에 대한 학계의 반발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KBS와 MBC는 8일 역사학회의 기자회견을 보도하지 않았다. SBS는 교과서 수정을 요구하는 정두언 의원 등의 주장과 함께 역사학회 기자회견을 나열했다.

SBS는 8일 <“정치적 중립 훼손”>에서 역사학회의 기자회견 내용을 보도했다.
보도는 역사교과서 수정을 주장하는 정두언 한나라당 의원과 서울대 박효종 교수의 발언, 교과부장관의 수정 발언을 앞부분에 전했다.
이어 “역사학계는 검인정 제도에 대한 몰이해와 냉전주의적 사고에 의한 부당한 압력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며 역사학회 기자회견을 보도한 뒤, “지난 2004년 말 당시 교육부와 국사편찬위, 역사학계가 이미 철저히 검증한 사안이라고 반박했다”, “교과서를 소재로 해서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고려대 정태헌 교수 발언 실었다. 역사교과서를 둘러싼 상반된 입장을 나열한 것이다. 보도 말미에 “역사는, 하물며 역사 교육은 반드시 정치 중립적이여야 하고 동시에 학생들에게 바른 역사관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는 두 가지 명제에만 고려한다면 좀 더 건설적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기자멘트를 덧붙였을 뿐이다.

한편, 지난 9월 KBS와 MBC는 역사 교과서 수정문제를 다룬 바 있는데, KBS는 교과서 수정에 대한 정치권의 상반된 의견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 MBC의 경우는 교과서 수정 요구의 문제점을 짚었으나 깊이 있는 분석은 부족했다.
9월 20일 KBS는 <수정요구>에서 통일부와 대한상공회의소의 역사교과서 수정요구를 보도했다. 보도는 통일부가 “햇볕정책은 화해협력정책으로, 북한체제는 북한 유일 지배체제로 고치고, 북한 문화에 대한 우월적 표현도 바꿀 것을 요구”했고, 대한상공회의소는 “6.25와 햇볕정책,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문제는 물론, 새마을운동과 재벌의 평가에 관해서도 확실하게 보수적 가치를 인정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보수적 색채가 강한 이 같은 의견은 햇볕정책의 상징성 등을 감안할 때 정치권 등에서 적잖은 논란이 예상”된다며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찬반의견을 전하고 “역사적으로 이미 정리된 사건들을 무효화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과 잘못된 것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앞으로 의견 수렴 과정이 주목”된다고 보도하는데 그쳤다.
MBC는 9월 24일 <수정요구 논란>에서 교과서 수정의 문제점을 일부 짚었다. “정부 부처의 수정요구안을 보면, 친북이나 반 대한민국 내용이 아닌 부분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고등학교 사회 교과서’에 실린 2000년 남북 정상회담 사진을 “본문 내용과 무관하다”며 삭제하라고 요구한 것, 대한상공회의소가 ‘해방 당시에 우리 민족이 자주 독립 국가수립 능력을 가졌는지 의문’이라며 근현대사 교과서 수정을 요구한 것 등을 예로 들었다. 보도는 “이런 요구 때문에 정치 공세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끝>


 



2008년 10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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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