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2월호] [책이야기] 불황 10년’을 살아남아야 할 30대를 위한 재무 컨설팅
등록 2016.01.20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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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야기] 『불황 10년』(우석훈 지음, 새로운현재 펴냄)

불황 10년’을 살아남아야 할 30대를 위한 재무 컨설팅

 

 

 

‘응8’이 아빠를 찾은 이유
<응답하라 1988>을 보면서 이전 시리즈와 달리 ‘코믹 가족극’을 콘셉트로 잡은 이유가 궁금했다. 시대 배경이 멀어 주시청층인 30대와의 접점을 찾기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나 싶었다. 정팔이와 택이 중에서 누가 남편이 될지도 궁금했지만, 가족을 다룬 에피소드를 만날 때마다 신파답다 싶으면서도 사실 코끝이 시렸다. 그중 최고는 마음 표현 못 하는 큰딸이 사준, 발에 맞지 않은 구두를 신은 아빠의 발을 보여준 마지막 회였다. 이 장면에서 ‘코믹가족극’인 이유를 알았다. 2015년을 사는 한국인들은 가족이라는 단어나 아빠와 엄마로 은유할 수 있는 무엇인가를 찾고 있다.

 

 


(사진 캡션: 불황에는 아빠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된다. <응답하라 1988> 마지막 회는 무뚝뚝한 아버지의 자식 사랑을 발에 맞지 않은 구두, 정확히는 구두 뒤축에 구겨 넣은 화장지로 표현했다. 지금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불황을 겪고 있다.)

 

IMF에도 아빠를 찾았다
예전에도 비슷한 기억이 있다. 17년 전, IMF 구제금융 다음 해(1998년)에도 우리는 아빠를 찾았다.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라는 동요를 참 많이 들었다. 생각하지 못했던 경제 환란을 온몸으로 겪어야 했던 그 시절, 의지하거나 의지할 수 있다고 믿었던 대상은 가족뿐이었다. 이 책을 쓴 우석훈은 말한다. “사람들이 오빠라는 단어를 많이 쓰는 시대는 호황이고, 불황기엔 어쩔 수 없이 아빠라는 단어를 많이 쓰게 된다”고.


자영업자들은 이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직장인들은 언제까지 다닐 수 있을까 불안하다. 당장 20대 신입사원도 명예퇴직으로 내몰리고, 한국을 먹여 살린다는 한 대기업이 ‘사상 최대 수준의 정리해고’를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안 그래도 나가라고만 하는 회사가 불황일 때는 더 나가라고만 하지 않겠는가. 그렇다. 우리는 언제 끝날지 모를 불황을 이미 살아가고 있다.

 

삶의 방식을 바꿔야 한다
IMF를 어느 정도 수습한 2000년대는 ‘마케팅의 시대’였다. ‘사람들은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썼다. 기업이 마케팅을 하면 한 만큼 그 이상 소비가 늘어나는 시기’였다. 잘 안 풀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든 경제지표가 좋았고, 무엇을 해도 쉽게 돈을 벌 수 있었’다. 버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을 쓰는 것이 당연했다. 월급이 입금되면 귀신같이 카드회사에서 퍼간 후, 마이너스 통장과 신용카드로 근근이 산다. 현금이 없으면 카드를 쓰게 했고, 정부에서는 대출받아 집 사라고 권유할 정도였다. 가파르게 증가한 가계부채액은 생생한 증거다.


2000년대는 ‘뭘 해도 잘 되고 돈도 많이 돌았다면, 반면 2010년부터는 뭘 해도 잘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글쓴이는 ‘소비에 맞추어진 2000년대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2010년대에는 바꿔야 하지만 경제적 생활습관은 경제 상황이 바뀐다고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그렇지만 ‘30대는 다르다’고 희망한다. 30대와 40대 초반까지는 그 이상 세대보다 개인적인 재무구조를 비롯한 많은 것들이 더 좋아질 여지가 있어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최대한 많은 30대가 ‘불황 10년’이라는 충격을 버텨내고 살아남길 바라기 때문이다.

 

1년 치 생활비를 저축해라
불황에 살아남는 교훈은 장기 불황을 먼저 겪은 일본 시민들에게서 얻을 수 있다. 장기 불황 20년 동안 일본의 30대는 90년 27.1%에서 2013년 31.1%로 저축률이 늘었고, 20대는 더 많이 늘었다. 우리 상식으로 볼 때 불황이 경제학에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3~5년보다 길어지면 가진 돈을 다 쓰고, 오히려 빚을 지고 저축은 상상도 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본 젊은이들은 왜 그런 것일까? 책은 여러 해석이 있겠지만, ‘국가에 대한 불신’이라고 답한다. ‘국가가 개인을 도와주지 않으리라는 것이 명확해진 순간, 사람들은 스스로 소비와 지출을 조절해서 자신을 지키는 방법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이 어떤 정권이든) 정부를 믿을 수 있는가?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30대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일단 돈을 좀 모으는 것이고,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버티기 위한 재무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우선, 수입과 고정 지출을 확인한 후 이를 조정해 대략 1년 수입의 절반을 모아야 한다. 1년간 모은 소득의 절반은 딱 1년 치 생활비가 된다. 그렇게 모은 돈은 펀드나 주식 등이 아닌, 한국에서 안정성과 환금성을 모두 만족하게 하는 1년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라고 권한다. 글쓴이는 ‘이유 불문, 방법 불문, 1년 치 생활비를 확보하는 것이 불황을 견뎌내기 위한 첫 번째 출발점이라 ‘강요’하고 싶’단다.


이 밖에도 집을 사거나 전세에 사는 것보다 월세가 더 경제적일 수 있고, ‘소비가 불편한 일상’을 만들기 위해 현금 사용을 습관화하라는 등과 같은 지인들에게 권하고 싶은 재무 조정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평범한 가정에서 가장 큰 지출내역인 사교육에 돈을 쓰지 않을 수 있는 ‘강한 멘탈’을 30대들이 함께 갖출 것을 바라고 있다.

 

모양 빠지지만, 살아남자
글쓴이는 장기불황을 겪은 일본과 한국의 공통점으로 정치의 실패를 꼽는다. ‘정치를 바꿔 삶을 바꾸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그럴 가능성은 전혀 안 보인다’는 우울한 평가다. 그렇지만, ‘정치가 실패했다고 해서 개개인의 삶도 실패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살아남기’를 목표로 산다는 것. 참 모양 빠진다. 그러나 어쩌겠나. 개인이 살아남아야 다음 단계의 구상이나 도약을 도모할 수 있으니까. 불황 10년, 우리 모두 어떻게든 살아남자. 그래야 우리 다음 세대들에게는 살기 위한 삶이 아닌 의미 있는 삶이라는 희망을 건네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