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시민사회] “민주노총 총파업, 경제 활성화에 찬물?”
등록 2015.03.24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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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사회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노총 총파업, 경제 활성화에 찬물?”


박성식 민주노총 대변인


<경제도 어려운데, 파업이라니>, <민주노총 총파업, 경제활성화에 찬물>. 보수언론이 이런 기사를 써대는 4월이 올까? 그렇다면 우리는 “누구를 위한 경제냐!”라고 되물을 것이고, 그 경제 활성화는 누구의 희생을 담보로 진행하려는 것인지 따져볼 텐데 말이다. 과연 그런 봄은 올까? 




민주노총은 지난 2월 25일 총파업을 공식 선포하고 밤낮으로 노동현장을 누비며 조합원들에게 호소하고 있지만, 총파업은 이뤄내기 쉽지 않은 거대한 역사다. 그래서 한 진보 매체는 이런 기사를 쓰고 있다. <20년간 썸만 탄 총파업>. 그렇다 20년이다. 과연 20년간 성공해 본 적 없던 역사는 2015년에 개벽처럼 이뤄질까?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노동시장 구조 개악'

사실 민주노총의 총파업은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기에 결정됐다. 박근혜 정부는 집권 기간 중 유일하게 전국규모의 선거가 없는 해인 2015년을 기회로 보고, 전체 노동시장을 흔들고 모든 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삶의 질을 하락시킬 계획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 파장이 엄청난 만큼 박근혜 정권은 또 다시 ‘경제 살리기’라는 명분을 갖다 붙여 노동자와 시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게다가 무능하기까지 해서 경제정책은 오직 투기성 부동산경기 활성화에 기대거나 거대자본에 의존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 결과 애꿎은 전셋값만 치솟고 거대기업들은 투자 여건을 만들어내라며 박근혜 정부에게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주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 최경환 부총리는 노동시장 이중구조(정규직과 비정규직)를 개선하겠다는 핑계로 정규직 과보호론을 강조하고 나서더니, 어처구니없게도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는 간판을 걸고 노동시장 구조 개악을 추진하고 있다. 노동시장 구조 개악은 ‘더 쉬운 해고, 더 낮은 임금, 더 많은 비정규직’ 정책으로 요약된다. 이미 자유로워진 정리해고도 모자라 사용자의 성과평가에 따른 개별해고 제도까지 도입하고, 임금체계도 기존 연공급제를 허물고 성과급체계를 전면 도입한다고 한다. 성과를 강요한 후 미치지 못하면 임금까지 깎을 수 있는 임금체계다. 


이름이 ‘비정규직 종합대책’이라고 비정규직 해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비정규직 기간제한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법의 취지를 묵살하고 기간제한을 4년으로 연장해 사용자들이 정규직전환 부담을 느끼지 않고 쓰다 버릴 수 있도록 해주고, 기존에는 일부 업종에만 허용되고 금지됐던 파견 고용(간접 고용)을 고령자를 대상으로 전면 허용하는 등 사실상 비정규직 유지·확산 정책을 담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박근혜 정부는 사법부의 판결을 무시하며 사용자가 부담을 느끼는 통상임금 범위도 축소하고 초과노동도 8시간을 더 합법적으로 연장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이 정도도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 중 핵심적인 몇 가지만 소개한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정부는 잠자코 더 많이 일하며 주는 대로 받고, 누구든 언제든 해고당하는 세상을 원한다. 그러면 자본은 더 쉽게 돈을 벌 수 있다. 경제 활성화란다. 이런 시급!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 개악이 실현된 세상, 생각만으로도 끔찍하다. 노동 지옥 재벌 천국이 아닐 수 없으며, 그야말로 기업 하기 좋은 나라가 된다. 이런 시급! 


노동존중 사회로의 시대적 적환을 촉구한다

총파업 말고 달리 막아낼 방법은 없다. 어렵겠지만 가야 하는 길, 민주노총의 사회적 책무다. 저지! 저지! 막아내기에 급급하지만, 민주노총은 총파업을 결의하고, 내친김에 최저임금 1만 원 시대와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요구도 내걸었다. 현재 5인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들은 노동법 적용조차 받지 못한다. 보호받을 최소한의 권리도 없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노동자는 누구도 예외 없이 권리가 필요하다. 




다만 최저임금 1만 원은 과한 요구가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그러나 나는 최저임금 1만 원은 우리 사회가 노동존중 사회로 시대적 전환을 시작하자는 구호이자, 실질적으로 달성해야 할 지표로 받아들인다. 이미 최저임금이 1만 원을 훨씬 넘는 나라도 많다. 그중에는 아일랜드, 벨기에, 뉴질랜드, 그리스 같은 나라도 있다. 모두 우리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다. 


영세자영업이 어려운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너무 많고, 빵 장사 순대 장사까지 하며 불공정거래를 일삼는 대기업의 등살 때문이다. 만일 안정적이고 좋은 일자리가 있었다면 자영업이 과포화 상태로 늘어날 일도 없고, 대기업이 쓸어가는 이윤이 중소영세업체로 적절히 분배됐다면 사정은 또 달랐을 것이다. 


우리는 노동자가 영세자영업자로 내몰리지 않고 안정된 삶을 영위하고, 적절히 분포한 자영업자도 최저임금 1만 원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 그러려면 정부는 노동소득 중심의 경제정책을 펴야 하고 사회는 노동존중의 가치를 확고히 해야 하며, 시작도 않고 내팽개친 경제민주화도 밀고 나가야 한다. 민주노총 총파업은 그 봉화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