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서부터 켜켜이 쌓인 마음으로
안녕하세요. 민언련에 새로 들어온 강솔비 활동가입니다.
의미 있는 영상을 만들고 싶어 이전에는 다큐멘터리 프로덕션에서 일했었습니다. 그전에는 퍼블릭액세스에 의미를 느껴 미디어센터에서 2년간 일했습니다. 다큐멘터리 프로젝트가 종료된 후 어떤 곳에서 일을 하면 좋을지 고민하다 마침 민언련의 채용 공고를 보고, 의미 있는 영상제작과 미디어 교육(퍼블릭액세스)을 둘 다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에 지원했고 운 좋게(?) 함께 하게 됐습니다.
공교롭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이 민언련에서 일한 지 딱 4개월이 되는 날이네요. 초반에는 활동가라는 직함이 어색할 줄 알았는데 그 어색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입사 직후 열심히 광장에 나가며 자연스럽게 적응한 것 같습니다.
지난 4개월간 대통령이 탄핵되고, 대선을 치르고 새로운 대통령을 맞이하는 엄청난 일들이 있었습니다만, 가장 인상 깊었던 날을 꼽으라면 5월에 갔던 광주순례를 꼽고 싶습니다. 광주를 여러 번 갔지만 민언련 활동가로 언론계 합동 광주순례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저희는 광주를 내려가 언론계 선배님들과 함께 5.18 민주묘역에서 세 분의 묘소를 찾아갔는데요. 리영희 선생님, 송건호 선생님, 김태홍 선생님을 찾아뵙고 인사드렸습니다. 고등학생 때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너무 감명 깊게 읽고 난 후, 진정한 공부가 하고 싶어 대학을 가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잊고 있던 그때의 감정이 떠올랐습니다. 초심을 깨닫게 됐달까요.
그리고 조금은 멀게 느껴졌던 5.18민주화운동이 이번 언론계 합동 광주순례를 통해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그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언론계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니, 당시의 치열함과 그리운 이들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 생생하게 느껴졌습니다. 단지 한순간의 감정은 아니었고, 광장에서의 경험, 동아투위‧조선투위 50주년 행사 때 영상으로 기록하며 활동가로 지내온 지난 몇 달의 시간이 켜켜이 쌓여, 마침내 5.18이 제 삶 가까이로 스며든 것 같습니다. 5·18민주화운동기록관에서 열린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 전시에서 ‘죽은 자들이 산자를 살릴 수 있는가’라는 말이 유독 와닿았던 이유이기도 했습니다. 광주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 피곤함이 잔뜩 묻은 채로 돌아오면서도 무언가 가득 채워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일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으나 아직도 고민은 많습니다. 민언련은 꾸준히 내란 청산을 위해 언론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곳에 목소리를 내고 있고 모니터 보고서도 내고 있지만 회원들은 계속 감소하고 있습니다. 영상 담당자로서 민언련의 활동을 활발히 알리고, 필요한 내용을 깊이 있게 영상으로 다루고 싶다는 마음이 있습니다. 변화한 광장의 모습처럼 민언련도 계속 변화를 꾀하면서도 지금처럼 초심 가득한 열정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느낍니다. 앞으로 민언련 유튜브 채널도 많이 관심가져주세요~ 감사합니다.
강솔비 참여기획팀 활동가
🔻날자꾸나 민언련 2025년 여름호(통권 231호) PDF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