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토달기] 조중동, ‘굉장한 거짓말’의 방관자가 되다(2014년 8호)
등록 2014.09.01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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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 ‘굉장한 거짓말’의 방관자가 되다


강선일 신문모니터분과 분과원 l duperduke@naver.com




“거짓말을 해도 굉장한 거짓말을 하라” 나치 독일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가 남긴 말이다. ‘굉장한 거짓말’을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대중을 속이며 권력자의 입지를 강화하는 것’이라 풀이한다면,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은 정말 ‘굉장한 거짓말’이었다. 임기 초 비판에 부딪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4대강 사업’으로 이름만 바꾼 채, ‘하천 생태계 복원’이라는 명목으로 엄청난 돈을 썼다. 그러나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의 생태계는 파괴됐고, 낙동강의 수많은 물고기들은 떼죽음 당했다. 


‘굉장한 거짓말’은 그냥 나오지 않는다. 언론이 침묵·동조하면 ‘별 것 아닌 거짓말’도 굉장한 거짓말로 진화한다. 신문분과는 감사원의 4대강 사업 2차(2013년 1월), 3차 감사(2013년 7월)가 있었던 시점, 그리고 최근 큰빗이끼벌레 수가 발견된 시점, 이 세 시점의 언론 보도를 살펴봤다. 몇몇 언론이 어떻게 ‘굉장한 거짓말’의 방관자가 됐는지 보기 위해서였다.


1기 - 2013년 1월 18일 ~ 2013년 1월 24일


2013년 1월 17일, 감사원은 4대강 사업 2차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 보의 내구성 부족 ▲ 수질 관리 부실 ▲ 불합리한 준설 계획을 지적했다. 4대강 공사가 한창이던 2009~10년부터 시민사회 진영에서 계속 제기해 온 문제들이다.   




4대강 사업의 세 가지 문제점 소개한 경향·한겨레


경향·한겨레 두 신문은 위에 거론한 세 가지 문제점에 관해 깊게 다뤘다. 첫째, 무리한 준설 계획에 대해 언급한다. 경향신문 <홍수 위험 검토 없이 과도한 준설로 사업비만 낭비>(2013/1/18, 박철응), 한겨레 <건설사 ‘준설 뻥튀기’로 배불렸다>(2013/1/18, 김규원)는 국토해양부(아래 국토부)가 각 지역의 홍수 위험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 준설로 예산을 낭비했음을 지적했다. 


둘째, 보의 내구성 관련 문제를 언급한다. 경향신문 <바닥보호공 손상 땐 보 안전 위협 확인... 국토부 주장 뒤집혀>(2013/1/21, 박철응), 한겨레 <‘예고된 재앙’ 드러났는데... 정부 ‘땜질 보강’에만 매달려>(2013/1/21, 최종훈)는 4대강 사업 과정에서 건설한 16개 보의 여러 문제들(보의 균열.누수, 15개 보의 바닥보호공 유실 등)로 보가 붕괴될 위험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도한다.  


셋째, 수질 오염 문제를 언급한다. 경향신문 <전체 86.3%를 2급수로 만들겠다더니 실제론 37.5%에 그쳐>(2013/1/18, 김기범), 한겨레 <4대강 살리기는커녕 수질 악화됐다>(2013/1/18, 김정수)는 4대강 사업 후 주요 하천 수질이 더 악화됐다는 사실, 환경부가 수질악화 가능성을 알면서도 아무 대책 없이 사업을 추진한 걸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알레르기 반응’, 동아일보의 정부 변호


조선·중앙·동아일보는 감사 결과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했다. 세 신문은 그 동안 이명박 정권에 발맞춰 4대강 사업을 옹호해 왔다. 그러다가 정권 말기에 4대강 사업 옹호론을 뒤집는 감사 결과가 나오니 민감하게 굴 수밖에 없다. 감사원이 정권 눈치를 보다가 뒤늦게야 새 감사 내용을 내놓은 건 문제가 있다. 그러나 감사 결과 드러난 4대강 사업의 수많은 문제점들을 가리고자 ‘감사원 때리기’에 집중한 세 신문의 태도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특히 조선일보의 반응은 ‘알레르기’ 수준에 가까웠다. 조선일보는 <정권 말만 되면 ‘민감 이슈 특감’ 벌이는 감사원>(2013/1/19, 조백건), <[사설] 감사원, ‘대통령 사업 눈치 보기 감사’ 부끄럽지 않은가>(2013/1/19) 등에서, 4대강 사업 2차 감사를 깎아내리고자 ‘대북송금 특별감사’까지 ‘새 정권 눈치 보기 감사’라 평한다. 정작 그 당시 감사원의 ‘정치적 의도’에 대한 언급 없이 김대중 정권 비난에 몰두했던 조선일보는, 정작 4대강 2차 감사에 대해선 ‘정치적 의도’를 강조한다. 중앙일보 <5년 침묵하더니... 감사원의 꼼수>(2013/1/19, 조현숙, 허진) 또한 감사 결과 드러난 4대강 사업의 문제점보다는 감사원의 ‘정치 감사’ 비판에 방점을 둔다.  


동아일보는 정부 입장을 변호하는 위주의 기사를 냈다. <“3개 보 누수-균열, 안전과 직접 연관없다“>(2013/1/19, 황진영, 이성호, 김철중), <국토-환경장관 “4대강 감사결과가 부실” 반격>(2013/1/19, 이승헌, 김철중)은 제목에서부터 정부 관계자들의 입장을 강조한다. 뒤의 기사는 청와대 한 관계자의 “감사원이 처음부터 ‘문제 있다’는 프레임을 갖고 들여다본 것 아니냐”는 발언을 인용한다. 어떻게든 4대강 사업이 다시 논란거리가 되는 걸 막고자, 정부 입장에 발맞춰 2차 감사 결과에 딴지를 거는 동아일보의 의도가 보인다.  


한편 조선일보 <정부, 태국 등에 4대강 수출 불똥 튈라 비상>(2013/1/19, 박수찬)에선 감사 결과 발표가 ‘국익’에 지장을 줄 수 있음을 지적한다. 태국 등 해외에서의 치수 공사 수주에 감사 결과가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기업 총수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될 때 ‘기업 수출 비상’ 등의 기사를 내놓던 예전 행태는 남 못 줬다. 이와 달리 경향신문 <4대강, 국제적 웃음거리 되나>(2013/1/23, 오창민)는 감사 결과 4대강 사업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면서, 정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해 온 4대강 사업이 국제적 웃음거리로 전락하게 생겼다고 보도한다. 

 

▲ <감사원, ‘대통령 사업 눈치 보기 감사’ 부끄럽지 않은가>(조선 사설/2013.1.19)


2기 - 2013년 7월 11일 ~ 2013년 7월 17일


2013년 7월 10일의 감사원 3차 감사 결과 발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아래 호칭 생략) 입장에선 ‘확인사살’이었다. 4대강 사업이 2007년 이명박의 대선 공약 ‘한반도 대운하’와 사실상 같은 내용이란 사실, 사업 진행시 건설사와 정부 간 대규모 담합 사실이 밝혀졌다. 대운하 재추진을 염두에 두고 강의 수심을 6m까지 파헤쳤단 ‘공공연한 비밀’도 감사 결과 밝혀졌다. 



“4대강 사업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공동책임” 


경향신문 <4대강 준설.보 위치 ‘경부운하’ 판박이... 뱃길 염두 보 4배로 늘려>(2013/7/12, 박철응)는 대운하 사업의 일환이었던 ‘경부운하’ 계획에서 만들기로 한 터미널 및 갑문들을, 이름만 바꿔 4대강 사업에서 그대로 보로 만들었단 걸 언급한다. 한겨레 또한 <청와대 채근에 넉달새 ‘친환경 소형보→수심 2.5m→6m’ 둔갑>(2013/7/11, 남종영)에서 청와대의 수차례 지시로 강 정비사업이 대운하 공사로 변모하는 과정을 밝힌다. 한겨레는 또한 정부와 건설사들 간 담합 문제를 강조한다. <턴키공사 15건 일시 발주... 담합빌미 제공, 13개월간 조사 중단... 과징금도 깎아줘>(2013/7/11, 최종훈)는 국토부가 건설업체에 담합 빌미를 제공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담합 적발 뒤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내렸다는 걸 강조하는 보도이다. 


두 신문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책임이 이명박은 물론이고 박근혜 대통령(아래 호칭 생략)에게도 있음을 지적한다. 경향신문 <야권 “4대강은 이명박.박근혜, 두 정권 공동책임”>(2013/7/13, 심혜리), 한겨레 <민주 “박대통령, 2010년 MB 만나 4대강 협조 밝혀”>(2013/7/13, 성한용, 송채경화)는 민주당(현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대표의 “박근혜는 2010년 이명박과 독대 후에 4대강 사업 자체가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있어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는 발언을 인용했다. 앞의 기사는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4대강 예산을 날치기 통과시키고, 이제 와서 선긋기에 나선다고 진보정의당(현 정의당)이 비판한 내용도 실었다. 


진상이 더 밝혀지자 ‘꿀 먹은 벙어리’가 됐나?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침묵했다. 대운하 계획과 4대강 사업의 유사점, 정부와 건설사의 담합 등을 언급한 기사는 찾기 힘들었다. 오히려 4대강 사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마하려는 보도가 눈에 띈다. 동아일보 <[사설] 22조 들인 4대강 治水사업에 보 철거 운운 경솔하다>(2013/7/17)는 4대강 사업의 효용성 여부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안전과 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보 철거를 주장하는 건 말이 안 된다는 논지를 펼친다. 같은 신문의 <4대강 3각관계 2전투구 1인회사>(2013/7/22, 심규선 논설위원실장)는 몇몇 문제(주로 비리 문제) 때문에 4대강 사업을 ‘태어나서는 안 될 사업’이라 낙인찍는 건 수긍하기 어렵다며, ‘새 정권에 아부하듯 칼을 빼든’ 양건 감사원장을 비판한다. 


▲ <22조 들인 4대강 치수 사업에 보 철거 운운 경솔하다>(동아 사설/2013.7.17)


3기 - 2014년 6월 26일 ~ 2014년 7월 22일


4대강 사업 과정에서 누적되어 온 문제점들이 폭발하는 시점이 바로 지금, 2014년 여름이다. ‘녹조라떼’란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심화된 녹조 현상, 물고기들의 집단 폐사, 고인 물에만 서식한다는 큰빗이끼벌레의 증가 등, 부작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리한 사업으로 생긴 수십 조 원 빚을 국민 혈세로 갚아야 하는 건 덤이다. 



큰빗이끼벌레와 ‘8조원 빚 폭탄’


경향·한겨레 두 신문이 최근 4대강 문제에서 집중하는 첫 번째 초점은 환경 문제다. 경향신문 <“어른 손보다 크고 시큼한 하수구 냄새, 녹조 때문에 번져, 생태교란 심해질 것”>(2014/7/7, 김정훈), <“큰빗이끼벌레 죽으면 독성물질 배출, 주변 어류 폐사”>(2014/7/9, 최승현)는 큰빗이끼벌레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다. 뒤의 기사는 최재석 강원대 교수의 “큰빗이끼벌레가 죽으면 암모니아 가스 등 독성물질을 배출해 물고기들을 모두 폐사시킬 것”이란 주장을 소개한다. 한겨레 <강바닥 뻘 시궁창내 진동... 지척에 132만명이 먹는 취수장>(2014/7/8, 최상원, 김일우)는 함안보, 창녕보,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에 설치된 보의 상류 유속(流俗)이 매우 느려진 사실, 보 일대 강바닥에 뻘층이 형성된 사실 등을 고발한다. 또한 대구 강정고령보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 대구 주민 132만 명의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취수장이 있다며, 최악의 경우 대구 주민들이 식수난을 겪을 수도 있단 우려를 표한다. 


두 번째 초점은 ‘빚 문제’다. 경향신문 <‘4대강 부채’ 수공 8조원 규모... 빚내 빚 막기, 예견된 악순환>(2014/6/30, 박병률)은 4대강 사업 추진으로 수자원공사(아래 수공)의 빚이 8조 원에 달한다는 내용을 소개했다. 수공이 빚을 갚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며 또 빚을 내는 현 상황이 지속되면, 2017년엔 19조 원의 빚을 갖게 된다는 내용도 나온다. 다음날 <[사설] 4대강 사업 추가 혈세지원 꿈도 꾸지 말라>(2014/7/1)는 이 엄청난 빚을 국민 혈세로 갚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구상권 행사를 통해 이명박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준다. 한겨레는 <[사설] ‘4대강 빚 폭탄’을 왜 국민에게 떠넘기나>(2014/7/2)에서,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초래한 이명박, 수공 전·현직 경영진 등을 철저히 추궁해야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침묵을 넘어 거짓말에 ‘동조’


중앙·동아일보가 사실상 계속 침묵하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침묵을 넘어 ‘굉장한 거짓말’에 동조하기에 이른다. 4대강 사업의 무수한 문제점이 드러나는데도 본질을 호도하는 보도들을 늘어놓았다. 조선일보 <위축된 公共공사... 대형 건설사 수주실적 빨간불>(2014/6/26, 홍원상)은 4대강 사업으로 빚이 폭증한 상황에서, 오히려 대규모 공공공사를 부추긴다. 이 기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 같은 대형 국책사업이 끝나고 정부의 입찰 담합 과징금 ‘폭탄’으로 공공건설 시장이 빠르게 위축... (중략) 해당 기업의 경영난은 물론 내수경기 회복에도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사실상 건설사들의 이익을 대변한다. 조선일보는 <깨끗한 물에서 건강한 물로... 물관리 패러다임 바꾼다>(2014/6/30, 홍원상)에선 사실상 수공을 변호하는 기사를 내놓는다. 수공이 급격히 늘어난 부채를 줄이기 위해 임금 인상분 반납, 임금 동결 등의 노력을 기울인단 내용이다. 그러나 이게 수공 입장을 변호하는 기사라는 건, 한겨레의 <재정지원 요청한 수공, 흑자나도 빚 안갚아>(2014/7/7, 김규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 기사는 수공이 2009년 10조 원 이상의 빚을 지고서도 이사진과 직원들에게 1인당 최대 7천만 원까지 성과급을 지급한 걸 보도한다. 


조선일보는 심지어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적한 이들을 폄하하는 듯한 보도마저 내놓는다. <성인의 절반 “종교는 평화보다 갈등 유발”>(2014/7/11, 김한수)은 지난 20년 간 주요 사회적 문제에 대한 불교계 대응 중 4대강 반대 3보일배 등 환경문제 관련 활동에 부정적 평가가 많았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한다. 제목에서부터 ‘종교는 평화보다 갈등을 유발’한다며, 4대강 반대 3보일배를 ‘갈등을 유발하는 활동’으로 만들어버렸다. <4대강 수질 攻防... 작년엔 녹조, 올해는 큰빗이끼벌레>(2014/7/14, 김정환, 구예훈, 김경현, 장경혜)의 경우, 일부 환경단체와 언론이 큰빗이끼벌레 문제를 꺼내는 게 ‘녹조라떼’에 이어 ‘4대강 공방 2탄’을 시작한 거라며, 수질오염 문제에 대한 논의를 ‘정치적 공방 문제’로 호도했다. 


누가 ‘굉장한 거짓말’에 책임을 질 것인가


이미 늦었다. 생태계는 철저히 파괴됐다. 강 하류 주민들은 똥물만도 못한 물을 고스란히 마시게 생겼다. 이 상황을 책임질 이 누구인가. 4대강을 살리겠다더니 4대강을 녹조로 물들게 하고, 물고기들을 몰살시키고, 국민에게 빚더미 안긴 이 누구인가. 위기 모면하고자 57억 원을 들여 작동도 제대로 안 하는 ‘로봇물고기’를 만들고 입 싹 닫은 이 누구인가. 편하게 테니스 치며 사는 전직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 있음은 두말하면 입 아프다. 하지만 이명박만 책임질 게 아니다. 국토가 4대강 사업으로 파괴될 때 입도 뻥긋 않고 오히려 정부 입장만 대변한 일부 언론. 그들도 ‘굉장한 거짓말’에 기여했다. ‘굉장한 거짓말’의 방관자인 그들에겐, 과연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