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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7시간’ 감싸는 조선일보와 TV조선 꼼수
등록 2018.03.29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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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이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28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 내부 보고․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등에 허위 공문서를 제출한 혐의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을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또 무단으로 ‘국가위기 관리 기본지침’의 내용을 변경한 혐의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등을 기소했습니다.

 

골드타임 지나서야 열린 침실 문…책임모면하려 문서 조작
검찰 발표에 따르면, 참사 당일 박 전 대통령은 10시 20분이 돼서야 침실 문을 열었습니다. 앞서 9시 19분 세월호 사고소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이를 보고받은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이 10시경 보고를 위해 두 차례 전화했으나 박 전 대통령은 전화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후 김 전 장관의 연락을 받은 안봉근 전 비서관이 관저로 출발해 침실문 밖에서 여러 차례 부른 후에야 침실 문을 열었고, 10시 22분에 김 전 실장에게 연락해 “한 명의 인명피해도 없도록 하라”는 첫 지시를 내렸다고 합니다. 구조 골드타임 시한으로 추정된 10시 17분을 5분이나 지난 후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박 전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후에도 4시간이 지난 2시까지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2시 15분경 관저를 방문한 최순실 씨가 중앙대책본부 방문을 제안하자, 미용사를 불러 머리를 만지고 4시 33분이 돼서야 관저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또한 당일, 세월호 참사 상황이 대통령에게 11차례에 걸쳐 보고됐다는 말도 거짓으로 드러났습니다. 세월호 구조의 초동대처가 부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청와대 관계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보고 받은 시간을 10시로 수정했고, 골든타임(10시 17분)전에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만드는 등 문서를 조작해 국회에 제출했습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발표하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아무조치도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나는 것이기 때문이었죠. 
이런 검찰 발표에 대해 대부분 언론은 △세월호 골든타임에 박 전 대통령이 침실에 머물면서 보고를 받지 않았다는 점 △참사 당일 최순실 씨가 방문했다는 점 △부실대응과 거짓증언, 문서조작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세월호 7시간 괴담이 실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엉뚱한 데 초점을 맞췄고, 중앙일보는 검찰 발표 자체를 매우 소극적으로 보도했습니다. 

 

10면(조선), 14면(중앙)…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뒤로 빼기 
3월 29일 주요일간지는 검찰 발표를 보도했습니다. 기사와 사설을 포함해 경향신문 6건, 한국일보 4건, 한겨레와 동아일보가 각각 3건의 보도를 내놨습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각각 2건과 1건의 보도를 내놓는 데 그쳤습니다. 적은 보도량 뿐만 아니라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해당 내용을 1면에 보도하지 않고, 10면과 14면에 배치해 주목도를 낮춘 것도 눈길을 끕니다.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보도건수 6 3 2 1 3 4
보도면 1,8,9 1,10 10 14 1,2 1,10
1면 보도여부 O O X X O O
사설 여부 O X X X O O

△ 박근혜 행적 수사 결과 관련 보도 비교 (3/29) ⓒ민주언론시민연합

 

반면, 경향신문과 동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검찰 수사 결과를 1면에 보도했습니다. 4개 신문사 모두 세월호 당일에 최순실 씨가 청와대 관저에 있었고, 회의를 했다는 점을 제목으로 뽑았습니다. 국회보고, 청문회 등에서 박 전 대통령 측은 최 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방문한 적이 없다고 주장해 왔는데, 검찰 수사 결과 ‘거짓’으로 판명 났다는 점을 주목한 것입니다. 또 최 씨가 관저에 도착해서야 중대본 참석이 결정됐다는 점은 국정농단 행태의 적나라한 단면이기 때문입니다. 

 

신문사 1면 기사 제목
경향신문 <박근혜, 세월호 참사 당일 최순실과 함께 있었다>
동아일보 <세월호 당일 청관저에 최순실 있었다>
한겨레 <박근혜, 세월호 당일 최순실과 청와대서 회의>
한국일보 <박, 그날 관저에서 최순실과 세월호 논의했다>

△ 박근혜 행적 수사 결과를 1면에 보도한 신문과 기사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세월호 7시간 괴담 실체 없다”를 제목으로 뽑는 조선일보의 꼼수 
조선일보는 29일 10면에 검찰 수사 결과 보도 2건을 내놨습니다. 2건 중 위에 배치된 기사 <문정부 검찰 “성형 시술․굿판…세월호 7시간 괴담 실체 없다”>(3/29)는 제목에 이어 리드문까지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실체가 없는 것으로 문재인 정부의 검찰 수사에서 밝혀졌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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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29일 조선일보 10면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이어 “세월호 7시간 의혹은 2016년 말에서 지난해 초까지 이어진 탄핵 국면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작용한 중요한 요소였다”면서 밀회, 굿판, 프로포폴 의혹 등을 나열한 뒤 “박 전 대통령은 전날 인후염 치료를 받아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한다”, “방문한 사람도 사전에 오기로 약속됐던 최순실 씨와 미용사, 간호장교뿐이었다”는 항변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러나 이런 보도태도는 28일 검찰 발표 내용을 아전인수로 해석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호 7시간 의혹’은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의 행적을 명확히 밝히지 않으면서 시작됐습니다. 박 전 대통령 측이 해당 시간의 행적을 철저히 숨기고 조작했으며 그러한 청와대의 의문스러운 움직임이 결국 여러 추문을 낳은 것입니다. 검찰 발표에 따르면 긴박한 그 시점에 박 전 대통령은 침실에 틀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최순실씨가 방문했고, 그제서야 중대본 회의가 잡혔다는 것은 최순실 씨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행해야 할 국정을 실제로 진두지휘하고 있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이런 모든 상황을 무시한 채, ‘사전에 오기로 약속했던’이라는 표현을 붙여, 박 전 대통령의 루머를 해명하는 근거로 왜곡해 활용한 것입니다.
그나마 조선일보는 10면 하단 기사 <“박 전대통령, 세월호 당일 최순실과 관저서 대책회의”>(3/29)에서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비선 실세였다는 점이 또다시 명확히 드러났다”며 검찰 수사 결과 내용을 다뤘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기사 배치와 제목 뽑기 등 신문 편집 단계에서 박 전 대통령을 변호하는 보도행태를 보인 것입니다.

 

TV조선, 엄성섭 앵커의 질문순서와 내용…조선일보 꼼수 편집과 판박이 
조선일보의 보도가 나온 29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도 관련 내용을 다뤘습니다. TV조선도 제목부터 질문 순서까지, 구성과 편집에서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 보도행태를 보였습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이 뽑은 제목은 “김밥 집에 갔다가”입니다. 최순실 씨가 청와대에 방문한 사실이 윤전추 전 행정관의 카드사용 내역을 통해 확인됐는데, 그 내역에 김밥을 사먹은 기록이 있었다는 검찰 결과를 두고 뽑은 제목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앵커와 출연자들은 이에 관해 한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시청자들은 도대체 왜 해당 제목을 뽑은 것인지 방송을 통해서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후 프로그램 구성은 박 전 대통령의 문제를 드러내기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문제를 부각하는 행태였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를 소개하는 윤우리 기자가 가장 처음 언급한 내용은 “일단 (문재인)청와대 측의 첫 보고 시간을 9시 30분에서 10시로 고의적으로 늦췄다는 것은 검찰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입니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가 지난 10월 임종석 비서실장이 세월호 보고 문서가 조작됐다며 검찰 수사를 요청해 나온 결과인데, 임 비서실장의 ‘30분 늦추기’ 주장과 달랐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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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년 3월 29일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민주언론시민연합

 

박근혜 청와대가 시간을 조작한 것과 박 전 대통령이 그 시간에 침실에 머물며 어떤 후속조치를 하지 않은 것이 드러난 결과를 놔두고, “문재인 정부가 사실을 잘못 알고 의뢰했다”는 지엽적인 것을 가장 먼저 뽑은 TV조선의 구성은 본질을 흐리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기자의 발언 뒤에 엄성섭 앵커는 “청와대 진상 파악이 잘못됐었다라는 것”, “임종석 실장의 발표는 진상파악을 제대로 못하고 브리핑을 한 내용”, “당시 저 발표를 듣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었는데 검찰발표하고 청와대 발표는 완전히 다른 결”이라는 멘트를 붙이며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부각합니다. 
또한, 엄 앵커는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시간을 언급하며 “자세히 뜯어보면 최초 보고 자체가 이미 골든타임을 넘긴 시간에 대통령한테 이뤄졌다는 것”, “이 모든 것들을 박 전 대통령의 책임으로 물을 수 있을 것인 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는 질문을 이어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검찰 발표 시점에 의문을 제기하며 “공교롭게도 박 전 대통령 1심 선고 열흘 정도 앞두고 나왔다”, “박 전 대통령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와 불법적인 노동정책 문제와 함께 나왔다”, “시점 자체가 미묘”하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수사결과 발표가 ‘정치적 속셈’이 있는 양 다루며 본질을 흐린 것입니다. 출연진들은 엄 앵커에 질문에 “박 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엄청나게 큰 잘못을 한 것”, “재판에 큰 영향은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엄 앵커의 질문 내용과 방식은 또 다른 ‘음모’를 부추길 뿐입니다.
<보도본부 핫라인>은 해당 내용을 보도하는 내내 “침실에서 골든타임 놓쳤다”, “문고리 3인방이 다 불었다”와 함께 “7시간 루머 모두 거짓”이라는 자막을 돌아가며 내보냈습니다. 그러면서 말미에 ‘7시간 의혹’을 언급하며 “여러 가지 억측과 음모론이 많지만 이게 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자 엄 앵커는 박 전 대통령 측이 의혹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사실을 전제하면서도 “언론과 국민들도 너무 지나친 억측을 했던 것들을 반성해야 할 것 같다”고 첨언했습니다. 엄 앵커가 진실을 은폐하려던 청와대에 맞서, 진실을 밝히고자 했던 언론과 시민들에게 ‘반성’을 말할 자격이 있을까요? 촛불을 들고 나온 시민들에게 ‘야당 동원령’등을 운운하며 깎아내렸던 자신의 과거 발언을 반성하는 게 더 먼저 아닐까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8년 3월 29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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