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고 오요안나 노동자성 불인정한 특별근로감독 유감, MBC는 자체 진상조사 결과부터 공개하라
등록 2025.05.2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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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의혹과 관련한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5월 19일 발표했다. 고인에 대한 괴롭힘 행위가 있었지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직장 내 괴롭힘’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법적으로 근로자 신분이 아닌 프리랜서여서 근로기준법이 정한 ‘직장 내 괴롭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결론이다.

 

고용노동부는 △계약 업무 외 행정·당직 업무 미수행 △일부 기상캐스터의 외부 영리활동 △자율적인 원고 작성과 방송 준비 △정해진 출‧퇴근 시간 및 휴가 절차 부재 등을 들어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했다. 하지만 과거 대법원과 고용노동부 스스로가 인정해온 노동자성 판단 기준과 명백히 배치되는 주장이다. 고인의 죽음을 프리랜서 개인 간 문제로 축소시켜 방송사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상시적 노동을 요구하면서도 고용책임을 회피해온 구조를 정당화해준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유감이다.

 

대법원은 2014년 전력 검침 위탁원, 2015년 어학원 원어민 강사 판례에서 다양한 노무공급관계 변화에 맞게 노동자성의 인정기준을 사용자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지휘·감독이 아니라 상당한 지휘·감독으로 완화했으며, 2024년에는 동일한 논리로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노동자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 역시 2021년 프리랜서 방송작가 152명에 대해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를 이유로 노동자성을 인정한 바 있다. 2022년 서울행정법원도 MBC 뉴스 방송작가가 노동자임을 인정하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도 예외가 아니다. 고인은 정해진 방송시간에 맞춰 출근하고 방송종료 후 퇴근해야 했다. 기상 콘텐츠도 MBC 편성과 기획에 따라 준비된 것이었다. 방송업무 외 휴가도 MBC 인력운영 및 업무체계에서 다른 기상캐스터들과 조율해 사용해야 했다. 사용자인 MBC가 실질적 관리·감독 권한을 행사했음을 의미한다. 일부 기상캐스터가 외부 영리활동을 했다는 사실은 고인의 노동자성을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이런 활동은 방송계 비정규직의 저임금 구조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생계수단으로 MBC와의 사용종속 관계를 부정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MBC는 고용노동부 특별근로감독 결과가 나오자 뉴스데스크에서 공식 사과와 함께 관련 보도를 전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난 지 8개월 만으로 저녁종합뉴스를 통해서는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는 MBC가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할지는 지켜볼 일이다.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으나 2차 가해와 소송 등을 이유로 조사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만 보고했다. 고용노동부 발표 당일에도 입장문에서 진상조사 결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MBC는 지금이라도 진상조사 결과를 전면 공개하고 모든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한편 이번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MBC 보도·시사교양국 프리랜서 35명 중 25명이 실질적 지휘·감독 관계에 있는 노동자로 확인되었다. FD, AD, 취재PD, 편집PD 등으로 이들은 실질적으로 정규직과 동일한 조건에서 상시 업무를 수행하고 있던 것이다. MBC가 조속한 시일 내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힌 점은 긍정적이나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MBC는 이들에 대한 권리회복 조치를 어떻게 취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 사건의 진상규명과 함께 방송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국회가 적극적인 입법에 나설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방송계는 정규직과 동일한 노동을 수행하면서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수많은 비정규직 프리랜서로 유지되고 있으며,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될 구조적 문제이다. 우리는 고인의 죽음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방송계 비정규직 권리보장을 위한 입법이 이뤄질 때까지 끝까지 행동할 것이다.

 

 

2025년 5월 20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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