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포털퇴출’ 연합뉴스는 자성하고,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구조개혁하라
등록 2021.11.16 09:46
조회 52004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가 언론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저버린 대가로 포털 뉴스에서 사실상 퇴출됐다. 네이버·다음카카오의 뉴스제휴 심사를 담당하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가 10년간 2,000여 건의 기사형 광고를 포털에 송출한 연합뉴스에 제휴 등급 ‘강등’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로 신문법에서 기사형 광고 과태료 조항이 사라진 이후 독자를 기만하는 기사형 광고는 언론계 관행으로 정착돼 폐해가 심각해졌다. 2011년 상품권 사기꾼들에게 기사형 광고를 의뢰받아 피해를 입힌 한경닷컴 ‘도깨비쿠폰 사건’이 대표적이다. 광고를 기사로 속여 내보낸 것은 언론윤리를 저버린 행위일 뿐 아니라 언론의 생명인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연합뉴스 퇴출은 뒤늦게나마 언론계 위·탈법 행위에 경종을 울린 마땅한 조치이자 사필귀정이다.

 

연합뉴스 ‘법적 조치’ 운운 적반하장, 자성이 먼저다

그러나 연합뉴스는 적반하장식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연합뉴스는 11월 12일 <연합뉴스 “포털 퇴출 결정 부당…국민 알권리 제약”> 기사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는 “국민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제약하는 것은 물론 국가기간통신사로서 연합뉴스의 역할을 전적으로 무시한 결정”이라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시사했다. 반성은커녕 여전히 ‘알 권리’를 운운하며 큰 소리를 친 것이다.

 

나아가 연합뉴스는 이번 조치가 “이중제재”라며 “등록된 카테고리 외 전송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하고 다각적인 시정 노력을 기울였지만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외면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동안 연합뉴스 행태로 봤을 때 이번 사건에 대한 책임을 통감했는지 의문이다. 미디어오늘이 7월 21일 <연합뉴스 기사형 광고 전송 의혹>을 처음 보도했을 때 연합뉴스는 기사형 광고 2,000여건을 한꺼번에 삭제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침묵으로 일관했다.

 

8월 10일 포털의 노출중단 제재가 현실화하자 그제야 “서비스 방식을 둘러싸고 억측과 과장해석 등으로 불필요한 논란이 야기”됐다는 궁색한 입장을 낸 바 있다. 당시 조성부 연합뉴스 사장의 대국민 사과도 뉴스제휴평가위원회에서 ‘포털 노출 1개월 중단’ 벌점이 나온 뒤 닷새 후에나 이뤄졌다. 이번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결정에 각고의 성찰보다 법적 대응부터 운운한 것은 결국 당시 사과가 면피용이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연합뉴스는 2019년 ‘정부구독료 폐지’ 국민청원이 벌어져 10여 일만에 20만 명을 돌파하는 등 쇄신 요구가 거세게 일어난 바 있다. 2003년 뉴스통신진흥법 제정 이후 해마다 300억 원대 정부 구독료를 포함해 각종 공적 지원을 받아온 연합뉴스가 시민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결과다. 연합뉴스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워 포털 퇴출에 반발할 게 아니라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공적 책임을 재정립하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연합뉴스 구독료 30억 인상하겠다는 국회, 제정신인가

이런 와중에 국회가 연합뉴스 정부 구독료를 인상하겠다고 나서 눈총을 사고 있다. 11월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올린 2022년 연합뉴스 정부 구독료를 예산안보다 30억 원 인상한 358억 원으로 의결했다.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의 국제뉴스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특파원 11명을 늘리자는 목적이다. 하지만 2003년 이후 수천억 원대 달하는 연합뉴스 정부 구독료 지원의 적정성과 효용성에 대해 지속적으로 의문이 제기돼 왔다.

 

연합뉴스가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공적 기능 수행으로 내세우는 핵심은 국제·지역·북한뉴스, 재외동포와 다문화가족뉴스, 6개 외국어 기사서비스, 재해재난뉴스 강화 등이다. 국회는 20여 년 계속된 연합뉴스에 대한 공적 지원이 취지에 맞게 사용되고 있는지부터 검증하고, 공적 기능 실효성을 어떻게 높일 지 모색해야 할 것이다. 투명한 평가와 합리적 기준 없이 국민 혈세로 조성된 공적 재원을 국회 마음대로 인상한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더불어 연합뉴스 제재로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지역언론과 전문매체에 까다로운 제휴기준을 적용하면서 저널리즘 품질을 떨어뜨리는 각종 어뷰징 기사, 복붙(복사해 붙이기) 기사, 받아쓰기 기사를 비롯해 기사형 광고를 양산한 대형언론엔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해 비판받았다. 2018년 조선일보는 자회사로 분사한 연예매체 ‘더스타’ 기사 4,800건을 포털에 우회 송출했다가 ‘포털 노출중단 20일에 해당하는 벌점을 받았으나 결국 ‘노출중단 2일’에 그쳤다.

 

더욱이 포털이 규모나 영향력에서 언론사를 뛰어넘는 ‘절대 갑’이 돼가는 상황에서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혁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반드시 필요하다. 뉴스제휴평가위원 추천단체 절반이 언론 사용자단체와 현업단체이며 문화체육부 장관이 임명하는 한국언론진흥재단도 참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오히려 언론사간 카르텔이 형성돼 지역언론, 전문언론, 중소언론 등의 진입을 막아왔다.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운영도 해묵은 문제다. 포털과 뉴스제휴평가위원회는 그 사회적 책무 강화 및 구조개혁 요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신호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2021년 11월 16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comment_20211116_042.hw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