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포커스_

포털뉴스, 언론을 ‘위한’ 반신뢰 시스템 핵심구조

한국 언론은 신뢰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채영길(민주언론시민연합 정책위원, 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등록 2021.07.0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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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언론진흥재단,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등에서 매년 발표하는 언론신뢰 지표는 대다수 시민이 ‘국내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표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신문 산업의 경우 구독률과 언론사 홈페이지 방문율은 이미 유의미하지 않은 수준이다. 여러 지표에서도 드러나듯 신뢰의 가치 차원과 물적 차원에서 모두, 언론은 시민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신문사 매출액은 2017년 3조 7천억, 2018년 3조 8천억, 2019년 3조 9천억 원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 중에서 종이신문 언론사 매출이 85%를 차지한다. 여전히 주류 언론사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다고 할 수 있다. 언론사 영향력 역시 마찬가지인데, 시민들은 언론인의 사회 기여도와 전문성 그리고 도덕성을 낮게 평가하지만, 사회적 영향력(5점 척도에서 3.82)은 더 높게 인식한다. 언론인들이 뽑은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 있는 언론사는 다름 아닌 일반 시민들이 불신하는 언론사다. 도대체 신뢰하지 않는 언론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을 인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한국 언론에서 보이는 이러한 모순된 지표는 언론에 대한 신뢰 메커니즘이 한국 사회에선 왜곡되어 있다는 의구심을 갖기 충분하다.

 

언론, 특히 한국 신문산업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는 보수 종합지와 경제신문, 이들이 소유한 미디어는 시민으로부터 신뢰가 없이도 스스로 생존과 영향력을 유지하고 강화할 수 있다. 한국 언론이 반신뢰 언론 시스템들과 공모 및 협력, 그리고 공생 관계를 맺으며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대체시키고도 여론을 조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 시스템은 미디어 플랫폼 기술 시스템과 제도적 시스템, 그리고 정치와 자본의 유착 시스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시스템은 하나의 체계적인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며 한국 사회에서 시민의 신뢰 없는 혹은 시민의 신뢰를 무력화시키는 언론 생태계를 조직한다.

 

반(反)신뢰 언론 시스템 기술적 진화

 

네이버와 카카오의 포털뉴스 서비스로 대표되는 플랫폼 기술 시스템은 언론을 ‘위한’ 반신뢰 시스템의 핵심적 하부구조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포털뉴스 서비스 이용률을 보인다. 시민들이 외면한 지면과 언론사 플랫폼을 포털이 대체하면서 언론사가 생산한 기사와 정보의 안정적인 소비를 가능하게 하는 포털은 신뢰받지 못하는 언론사 생명을 연장하는 디지털 혈관으로 기능하는 동시에 이젠 스스로 독자적인 언론권력을 획득하였다. 더군다나 반신뢰 언론의 생존을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으로서 포털 플랫폼은 알고리즘에 기반한 AI로 진화하면서 반신뢰 시스템은 전무후무한 기술적 진화를 예고하고 있다.

 

또 다른 반신뢰 시스템은 언론을 지원하거나 관리하는 제도와 관련된다. 예를 들면 유가 및 발행부수공개 제도인 ABC제도는 본래 취지와 달리 신뢰 잃은 언론사의 광고와 시장 지배력을 합리화하는 ‘알리바이’를 제공하고 있다. 광고주도 광고효과를 측정하는데 ABC협회가 공개한 자료를 믿지 않는다. 사회적으로 불신 받지만,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모순된, 그야말로 불신의 제도가 반신뢰 언론 시스템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공적 지원은 이런 제도에 의해 보장된다. 이밖에도 정부는 보도 심의와 중재, 방송 광고와 편성 관련 불공정 관행을 암묵적으로 묵인하거나 양성화하는 제도 운영을 통해 언론의 반신뢰 시스템을 공식화한다.  

 

플랫폼 기술과 제도로 구성된 반신뢰 언론 시스템들은 정치와 자본의 유착 시스템에 의해 합법적으로 인정되고 안정적으로 보호된다. 정치와 자본의 유착 시스템은 언론 취재와 보도 관행에 깊숙이 침투해 있다. 검찰과 새로 출범한 공수처 등 권력기관에서 운영되는 기자단, 당파적 이해를 반영하는 정당-언론사 간 담합적 프레임 연대, 대선 때마다 반복되는 기자들의 후보 캠프행, 각종 강연·교육 및 캠페인 프로그램 기업·기관 강매 등은 정치와 자본의 유착시스템 민낯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유착행위는 취재와 언론사 관행으로 고착화돼 예외적 상태가 아닌 안정적 시스템에 의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고 봐야 한다.

 

시민 개입의 원천적 차단

 

이러한 반신뢰 언론 시스템 작동에 공통된 특징이 있는데,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이들 시스템에서 시민 개입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는 사실이다. 포털 제휴평가위원회(최근엔 AI와 관련한 알고리즘검토위원회), ABC협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기자단 등은 ‘자율’, ‘독립’, ‘언론자유’ 불가침 영역으로 표시하면서 일반 시민을 배제된 채 오로지 언론 전문가와 정치 및 관련 기관, 그리고 중립적 시민사회가 차지해왔다. 시민의 신뢰를 위한 언론 시스템이 시민을 배제하고 있다는 모순된 상황에서 반신뢰 언론 시스템이 완성되는 형국이다.

 

이젠 반신뢰 언론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이고 포괄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신뢰 없이 생존하며 번영하고 정치, 경제,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언론은 존재할 수 없거나 주변화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반신뢰 언론 시스템에 대한 정부, 입법 및 사법기구의 개입을 통해 개혁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시민들은 그러한 개혁과정에 참여해 스스로도 포털 등 각각의 반신뢰 언론 시스템에 대한 묵인 및 암묵적 공모와 관련된 행위를 중단, 감시, 비판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 시스템을 요구하고 실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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