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2+3월호] [회원인터뷰] 뉴스 없는 포털은 생각할 수 없다 혜택과 영향력만큼 책임을 다하라(송경재 회원)
등록 2021.03.2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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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매체는 어디일까? 언론수용자들은 KBS, 네이버, MBC 순으로 영향력이 높다고 꼽았다.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는 KBS, MBC, 네이버 순서였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20년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다. 네이버가 눈에 띈다. 언론수용자 관점에서 포털이 영향력 있는 매체로 자리 잡은 것이다. 포털뉴스 이용률은 75.8%에 달한다. 포털의 전성시대 속 유튜브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한 뉴스 이용도 크게 늘었다. 2018년보다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포털, 유튜브 등이 사실상 뉴스소비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송경재 정책위원은 2000년대 초반부터 포털저널리즘에 깊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연구활동을 해온 정치커뮤니케이션 학자다. 2004년 포털뉴스를 감시하는 활동을 자문하면서 민언련과 인연이 시작됐다. 20년 가까이 포털을 비롯한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특성을 연구하고 우리 사회에 미치는 문제점을 분석해온 송 정책위원은 포털의 공적 책무 강화에 가장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전문가다. “만약 뉴스가 없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이 지금처럼 포털에 접속하겠어요? 뉴스를 생산하지 않는다고 언론사가 아니라는 주장만 할 게 아니라 영향력만큼 사회적 책임을 져야죠.” 송 정책위원과 포털, 유튜브가 저널리즘 담론의 중심으로 들어오게 된 배경, 문제점을 살펴보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민언련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했다.

 

포털과 유튜브는 어떻게 영향력을 얻었나

신미희(민언련 사무처장) 일찌감치 포털저널리즘을 연구해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요즘은 ‘유튜브저널리즘’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요. 포털과 유튜브가 왜 영향력이 높아졌다고 보는지요?

 

송경재 미디어환경이 변화했기 때문이죠. 20세기 초반 신문, 라디오, TV 중심에서 20세기 후반 인터넷이 등장하며 미디어환경 자체가 바뀌는데요. 초기 언론이나 학자들은 인터넷에 대한 이해가 없었어요. ‘과연 인터넷이 종이신문, 방송, 라디오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컸죠. 2000년대 초 ‘웹 2.0’이라는 참여․개방․공유를 모토로 하는 다양한 플랫폼 서비스가 나와요. 그 대표가 유튜브고요. 그러면서 수용자가 미디어를 보기만 하는 구조에서 누구나 쉽게 참여하고, 개방하고,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이 됐죠. 참여․개방․공유에 익숙해진 밀레니엄 세대에 이어 Z세대가 등장하고요. 텍스트로 공부하는 것보다 영상으로 공부하는 게 훨씬 익숙한 세대죠. 세대가 바뀌고, 기술환경이 변하다 보니 미디어환경도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게 된 거죠. 그걸 소셜미디어, 특히 유튜브 등이 주도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미희 기성언론이 자기 역할을 제대로 했다면 포털, 유튜브의 영향력이 이렇게 커졌을까요? 기존 미디어의 문제점과 새로운 미디어가 급속하게 성장한 배경은 무엇일까요?

 

송경재 레거시 미디어가 우리 사회 다양한 이해와 관계를 다뤄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특정 집단, 지역, 이념의 목소리만 대변하다 보니까 ‘내가 이 언론에 이 돈을 내고 봐야 될까’ 같은 저항심이 생긴 거죠.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만들어진 공간이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온라인 저널리즘 활동입니다. 지금은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저널리즘이 있습니다만 초창기에는 신문 형태가 많았어요. ‘인터넷신문’이라고 하는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민중의소리가 2000년대 초 창간하게 됩니다.

이들은 기존 언론이 다루지 않는 내용을 다뤘어요. 사용자 입장의 보도가 노동자 입장의 보도가 됐고, 기득권자 입장에서 얘기하던 것을 민중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는 언론이 생긴 거죠. 편향된, 왜곡된 구조가 하나씩 해체된 거죠. 그러면서 인터넷 미디어가 우리 사회 용광로 같은 여론을 담아내고, 모아낼 수 있는 공간으로서 성장하게 되죠. 그래서 인터넷 미디어를 ‘대항담론’이라고 말해요. 기존 주류와 대항한다는 거죠. 두 번째는 ‘대안담론’이라고 해요. 주류가 담아내지 못한 다양한 내용을, 대안적인 내용을 얘기한다는 의미죠.

 

임동준(민언련 정책모니터팀장) 기성언론이 뒤처지는 사이 유튜브가 큰 영향력을 얻은 데는 ‘알고리즘’이라고 불리는 개인맞춤화시스템이 있다고 봐요. 알고리즘으로 인해 확증편향이나 극단적 성향이 강해진다는 비판도 나오는데요.

 

송경재 유튜브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어떤 추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한 궁금증이 많습니다. 그래서 유튜브가 알고리즘의 기본 원칙을 공개했는데요. 내가 관심 있는 이슈와 콘텐츠, 과거에 본 콘텐츠와 유사한 영상을 추천해준다는 거예요. 즉 내가 과거 이용한 데이터를 갖고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라는 거죠. 그런데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장단점이 있어요. 한 분야를 심층적으로 파고들거나 몰랐던 것을 새롭게 아는 장점은 있어요. 문제는 내가 원하는 입장과 관련된 글, 콘텐츠만 보여준다는 거죠.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게 합의와 토론이거든요. 토론을 위해선 상대방 입장도 들어보고 내 입장을 얘기하는 과정도 필요한데요. 유튜브의 알고리즘은 내 입장을 강화시킬 순 있지만 상대방 입장을 들려주진 않아요. 사회에서 합의할 수 있는 영역이 줄어들죠. 확증편향, 사회 양극화를 가속시키기 때문에 민주주의와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미래사회 발전 측면에서도 상당히 위험하다는 게 많은 학자들의 견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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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경재 정책위원은 '좋은 보도를 위한 공간을 포털에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무법과 이해충돌

임동준 민언련과 첫 만남도 포털과 연관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송경재 2004년 2월로 기억하는데 그해 국회의원 선거가 있었죠. 그때 민언련에서 ‘인터넷 신문, 포털 등 인터넷 미디어에 관해 발제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인연이 돼 활동하게 되었죠. 벌써 20년이 되어 가네요(웃음).

 

임동준 포털 이야기에는 뉴스제휴평가위원회를 빼놓을 수가 없는데요. 제휴평가위원회는 포털에 기사가 실리는 매체를 심사하고 평가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런데 위원 명단, 회의 일정, 입점․퇴출 심사기준과 점수를 비롯해 회의록까지 모두 비공개로 하면서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제휴평가위원회 성과와 한계는 무엇일까요?

 

송경재 제휴평가위원회는 네이버, 다음이 같은 기사를 반복적으로 올려 클릭 수나 조회 수를 올리는 어뷰징 기사를 막기 위해 공동으로 만들었어요. 언론단체, 시민단체, 학계에서 추천된 30명 내외로 구성되어 있고요. 초기 목적은 달성했다고 봐요. 그런데 지금은 제휴평가위원회가 권력화되고 있어요. 언론사들은 포털 제휴 여부에 따라 수익구조와 매출이 어마어마하게 차이가 나요. 콘텐츠 이용료뿐 아니라 광고수익과도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죠. 제휴 여부로 마치 1군, 2군 언론사가 구분되는 셈인데요.

이건 제휴평가위원회가 아니라 시민이나 당사자가 해야 해요. 국가의 공적 기구도 아니고 시민들이 권한을 위임한 적도 없는, 그야말로 포털회사가 만든 임의기구가 국민 5,000만 명 중 4,000만 명이 매일 로그인 하는 포털의 뉴스 제휴 여부를 결정하다니요. 그것이 합당한 권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누가 그들에게 권력을 부여했나요? 정말 모순투성이죠. 특히 여론 다양성이 부족하단 비판을 많이 받아 왔어요. 서울 중심의 이른바 ‘중앙지’들만 제휴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목소리가 파묻혀 버려요. 그나마 여성분야는 다소 개선됐지만 장애인, 소수자, 노동자, 사회적 약자, 빈민 등의 목소리를 대변할 언론은 제휴 심사조차 못 받고 있어요. 지역언론도 3개사만 제휴를 맺었을 뿐이에요.

위원 구성도 문제인데요. 신문협회, 방송협회, 기자협회에서 추천된 이해관계자들이 자신이 소속된 언론사 제휴를 심사하고 있어요. 심지어 경고, 제재도 심사합니다. 내부에서 원칙상 배제한다고 하지만 30명이라고 하는 좁은 틀에서 다른 위원이 소속된 언론사를 나쁘게 평가하는 게 가능할까요? 이해충돌방지 원칙의 심각한 위배입니다.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해야 할 저널리즘 영역에서 이런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뤄지고 있어요.

 

임동준 포털사이트 중에서도 네이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잖아요. 최근 네이버가 실시간 검색어를 폐지했는데 정말 실효성이 있는 건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송경재 실시간 검색어는 이용자들이 검색하면서 만들어진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에요. 사실 장점이 많습니다. 여론동향을 바로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죠. 지진, 화재 등 재난과 같이 긴급한 사항이 신속하게 전달될 수 있고요.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목소리를 내는 것도 장점인데요. 시간이 지나다 보니 왜곡되는 측면도 생겼습니다. 좋게 말하면 행동주의고 나쁘게 말하면 집단이기주의로 갈 수 있다는 거죠. ‘정치적인 동원의 도구가 된다’는 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됐어요. 여당 입장에서 활용하면 야당에서 비판하고, 야당 입장에서 활용하면 여당에서 비판하죠. 네이버 입장에서는 피하는 게 최선이라 축소하거나 없애는데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요. 시민참여 공간이 포털에서 줄고 있다는 점이죠. 과거 다음의 ‘아고라’ 폐지처럼 토론장이 없어진다든가, 댓글 서비스도 없어졌고요. 실시간 검색도 공론장에서 시민들이 참여하는 서비스거든요. 이걸 다 없애고 있어요.

 

포털뉴스 공적 할당제가 필요한 이유

임동준 민언련에도 ‘포털을 모니터 해달라’는 요구가 많습니다. 2016년 총선 때도 민언련과 함께 포털을 모니터하셨는데요. 당시 느낀 점이나 포털 모니터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송경재 2005년에도 포털을 모니터했는데요. 그땐 주로 PC기반 메인화면 박스뉴스 서비스를 중심으로 했어요. 2016년에는 선거를 앞두고 하루에도 수천 건씩 쏟아지는 뉴스를 포털에서 취사선택하여 서비스하고 있었기 때문에 객관성이 있느냐, 어떤 기준과 가치를 갖고 하느냐에 대한 비판이 많았죠. 어떤 포털은 진보적이다, 어떤 포털은 보수적이다 논쟁하기도 하잖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에 대해 모니터를 많이 해봤는데요. 포털들도 어느 정도 비판을 알기 때문에 민감한 시기가 되면 상당히 중립적인 태도를 많이 택해요. 선거 국면 같은 때는 특정 정당의 유불리와 상관없는 여론조사 결과를 전면에 배치하는 게 대표적이죠. ‘인간이 개입하는 거 아니야?’ 이런 의구심도 있는데요. 아직 모니터가 더 필요하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조사해볼 필요가 있어요.

 

임동준 앞서 포털의 장점으로 확산성을 들었는데요. 나쁜 보도도 있지만 좋은 보도도 많잖아요. 좋은 보도를 시민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끔 포털이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송경재 저는 포털의 천편일률적인 서비스에 대해 5~6년 전부터 비판했습니다. 뉴스의 질에 따라 서비스 차이를 두는 건 형평성에 어긋나는 게 아니잖아요. 그래서 ‘포털뉴스 공적 할당제’를 주장하고 있어요. 한 화면에 10개 정도 뉴스가 나온다면 최소한 1~2개 정도는 공적 할당을 해서 좋은 보도, 심층 보도만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는 거죠.

민언련이나 여러 언론단체가 기준을 정해 좋은 보도를 선정하잖아요. 그런 기사들은 상위에 배치해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거죠. 그러면 언론사와 기자도 좋은 보도를 만들려고 노력할 거고 포털도 수용자들의 미디어리터러시를 향상시킬 수 있고요. 아이디어를 모아서 잘 개선한다면 좋은 뉴스를 전면에 내세울 수 있어요. 사회 여론을 잘 모아내는 공적인 기능도 할 수 있고요. 하지만 중요한 건 포털이 수용하느냐, 수용하지 않느냐의 문제죠. 우리는 시민단체이기 때문에 포털이 수용하게 만들어야죠(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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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미희 사무처장, 임동준 팀장과 인터뷰 중인 송경재 정책위원

 

허위조작정보 해결의 원동력, 시민의 힘

임동준 허위조작정보가 문제시되면서 온라인상의 유통을 규제하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런데 혐오표현 문제는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있거든요. 혐오표현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송경재 온라인 공간의 규제강화를 이야기하기 전에 오프라인 환경을 먼저 봐야 돼요. 여성, 장애인 등 몇몇 차별금지법이 있는 경우는 처벌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법에 해당하지 않는 혐오표현은 처벌할 수가 없거든요. 쉽게 말씀드리면 ‘맘충’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사람을 고소했을 때 벌금형도 쉽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규제나 처벌의 기준이 너무 약해요. 온라인에서는 당연히 더 약하죠. 오프라인에서 진행되고 있는 차별금지법이 제정된다면 온라인 혐오표현과 관련해 진일보된 규제방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온라인에서만 혐오표현을 더 강화해 규제합시다’라고 말하는 건 과도하다고 봐요.

 

임동준 혐오표현뿐 아니라 뉴스배치 등도 시민들이 직접 감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송경재 깨어있는 시민의 역할이 21세기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데요. 허위조작 뉴스와 정보, 혐오표현을 몇 사람이 모두 모니터할 수는 없잖아요. 결국 시민의 힘을 빌려야 돼요. 민언련 차원에서 모니터한다면 역시 시민의 도움이 가장 중요한 성공의 열쇠라고 생각합니다. 깨어있는 시민들이 문제가 있는 언론, 문제가 있는 동영상에 대해서 신고하고, 검증하고, 심층 보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될 것 같습니다.

 

임동준 포털, 유튜브, SNS 확산은 뉴스소비의 패턴조차 바꿔놓았는데요. 미디어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는 이런 상황에서 민언련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송경재 민언련은 1980년대부터 한국 언론사, 민주주의 발전에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지금은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과거처럼 민언련이 모든 것을 하기는 어려운 시대가 됐습니다. 그렇다면 민언련은 역사적 소임과 사회적 가치를 갖고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포털이나 인터넷 미디어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앞으로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가짜뉴스, 허위조작보도가 계속 나타날 겁니다. 그렇다면 민언련이 과거처럼 행동할 것은 행동하고,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연대하여 문제를 개선할 것은 그렇게 할 때 큰 힘을 발휘하지 않을까요? 미디어환경이 복잡해져도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하잖아요.

민언련의 여러 단위에서도 변화에 맞춰 준비를 많이 해야 하고요. 시민들의 관심을 수용할 수 있는 열린 마음도 필요할 테고요. 저도 이렇게 말은 하지만 게으르기 때문에 사실 많은 분들의 제안을 수용하지 못하고 있는데요. 앞으로 부지런히 공부하고 노력해서 기대에 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인터뷰‧작성 신미희 사무처장‧임동준 팀장

사진 이병국 이사

영상 고은지 활동가

 

▼날자꾸나 민언련 2021년 2+3월호 PDF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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