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7일 중앙일보 비정규직 관련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4.7)
등록 2013.08.19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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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 모든 책임을 정규직노동자에게 떠넘기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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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자 중앙일보 사설 <노사정, 비정규직법안 끝장을 보라>는 한 마디로 IMF 경제위기 이후 노동법 개악을 통해 비정규직 증가를 부추기며 막대한 순익을 챙겨온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죄다 노동자와 노동조합에 전가하는 '친재벌보도'의 전형이다.
중앙일보는 이 사설에서 "비정규직은 대기업 노조의 횡포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약자"라며 "노조가 기득권을 고집하면서 책임과 부담을 기업이나 사회에 떠넘겨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의 주장대로 비정규직이 '대기업 노조의 횡포 때문에 생겨난 사회적 약자'라면 노조가 존재하지 않는 삼성재벌에서는 비정규직 차별 문제가 존재하지 않아야 말의 앞뒤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지난 3월 14일 <프로메테우스>에 보도된 오세현 삼성 애니스 노조 위원장 인터뷰에 따르면 수원 삼성전자 공장 생산라인의 무려 90% 이상이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비정규직 노동자의 착취 및 차별, 그리고 삼성과 용역업체 사이의 비리 및 유착관계를 척결하기 위해 노동자들이 자주적으로 노동조합을 결성하려고 하면 군사독재 시절 중앙정보부의 사찰 공작을 방불케 하는 삼성 재벌의 탄압이 가해진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중앙일보는 도대체 무슨 근거로 비정규직이 '대기업 노조의 횡포' 때문에 생겨났다는 따위의 거짓말을 태연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중앙일보는 또한 사설에서 "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노조 측 입장을 수용하면 기업들은 20조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한다"며 노동계의 비정규직 차별 철폐 주장이 경제에 부담을 주는 무리한 요구인 양 몰아붙이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한해 삼성전자 한 회사가 거둔 순익만 무려 10조원이다. 이것만 보아도 그 동안 재벌들이 비정규직 확대를 대가로 얼마나 많은 이익을 갈취해 갈 수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는데, 실제 6일자 중앙일보 기사에 따르면 10대 재벌이 쌓아 둔 잉여금이 무려 110조원에 달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삼성재벌의 잉여금은 46조 903억원이었다. 한 마디로 삼성재벌 혼자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따른 비용부담을 책임지고도 남을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단행한다고 해서 재벌들이 손해만 보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소득 수준이 향상된 노동자들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침체된 경기가 활성화, 재벌들의 매출과 순익 역시 동반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그 점에서 '모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소요되는 20조원의 비용은 IMF 직후 정부가 부실 금융기관과 재벌 구제를 위해 지출한 150조원 공적자금보다 훨씬 싸게 먹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중앙일보는 "정규직 노조와 기업이 한발씩 양보해야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며 "일정 기간 정규직 임금을 동결하는 조건으로 기업과 사회가 기금 조성에 나서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주장, 문제 해결의 공을 사실상 '정규직 노조'에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중앙일보의 주장은 정규직 노동자들의 소비심리 불안을 부추겨 내수를 더욱 침체시키고 경기를 악화시킬 수 있는 어리석은 제언에 다름 아니다. 오늘날 한국 경제 침체의 원인이 바로 내수 부진 때문이라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어떻게 빈부격차를 더욱 심화시키며 내수 심리를 위축시키는 이 같은 주장을 태연히 할 수 있단 말인가.
중앙일보는 "가장 우려되는 사태는 비정규직을 볼모로 노사 간의 소모적인 힘겨루기가 재연되는 상황"이라며 법안 통과를 4월로 고집할 경우 사회적 대화를 포기하고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는 민주노총에 대해 "대화하는 시늉을 하면서 파업 빌미를 찾고 있는 게 아니냐는 오해를 부르기 십상"이라고 압박했다. 민주노총이 총파업도 불사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은 정부와 재벌이 충분한 사회적 논의 없이 비정규직법안을 밀어붙이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동안 민주노총이 조직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 비정규직 관련 법안이 처리될 수 있다면 대화와 교섭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밝혀왔음을 중앙일보만 모른단 말인가.
우리는 중앙일보에 경고한다. 중앙일보가 이렇듯 재벌의 편에 서서 사실까지 왜곡하고, 왜곡된 사실에 근거해 노동자들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조한다면 노동자들은 물론 우리 경제의 파국을 바라지 않은 모든 양심세력들로부터 버림을 받을 것이다. <끝>

 


2005년 4월 7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