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교원평가제 관련 주요 신문 사설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5.11.11)
등록 2013.08.21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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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사냥’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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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교육부와 시민단체, 교원단체들이 교원평가제에 대한 합의에 실패하자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신문들이 모든 책임을 전교조에 떠넘기며 '마녀사냥'에 나섰다.
교원평가제의 궁극적인 목적은 교원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공교육의 질을 높이는 데 있다. 그러나 선생님을 '누가,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까다롭고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입시위주의 교육 풍토와 사학재단의 횡포 등 학교현장의 비민주적 잔재들을 고려할 때, 선생님의 전문성과 자질을 평가하는 기준 자체가 왜곡될 우려도 있다. 자칫 교육의 질을 높이는 구조적인 여건은 고려하지 않고 선생님들에게만 책임을 묻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따라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부와 교원단체, 시민단체들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교원평가제 합의 실패는 '전교조' 한 단체에만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문제이며, 충분한 협의 일정을 마련하지 못한 교육부와 협의 과정에서 합의를 끌어내지 못한 단체들이 함께 책임질 일이다.
그런데도 일부 신문들은 합의 실패의 과정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채, 그 원인이 전교조가 실무단위에서 합의한 사항을 대표급 회의에서 뒤집고, 단체행동을 벌이는 데에만 있는 것처럼 몰고 있다. 이러한 보도는 교원평가제의 합리적 해결방안을 찾기 위한 사회적 논의를 원천적으로 막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신문은 '교원평가제'라는 사안에 대한 전교조의 입장을 비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악의적 비난과 색깔론까지 동원해 '특정이념을 주입하고 단체행동을 일삼아 교육을 망치는 주범'으로 전교조를 매도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교원평가제 합의가 무산된 직후인 5일 사설 <전교조, 평가(平價)는 거부하고 교장은 선거제로 하고>를 통해, "전교조의 생각은 오직 교장·교감의 관리 감독을 무력화하고 학교를 손에 쥐겠다는 것밖에 없는 것", "교장·교감은 허수아비로 만들어놓고 자신들의 비뚤어진 세상 보는 눈을 그대로 이어받은 학생들을 블록 찍듯 찍어내겠다는 게 전교조의 노림"이라며 전교조를 비난했다.
8일 사설 <전 국민이 전교조를 지켜볼 때다>에서는 전교조의 결성과 합법화를 두고 "태어나서 성인이 되기까지 12년 동안 전교조 교육이념의 세뇌를 받은 60만명이 매년 대학과 사회로 쏟아지게 된 것"이라며 전교조가 "좌파 이념으로 무장한 권력기구로 이 나라 교육과 현재와 미래를 주무르는 세력으로 등장"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조선일보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의 교육을 전교조의 손에서 구출할 것인가 아니면 그들 손에 내맡겨 국민과 국가가 다 같이 세계의 낙오자가 될 것인가를 국민이 결단할 때가 온 것"이라며 전교조의 무력화(無力化)를 선동했다.
조선일보는 9일에도 <전교조는 우리 아이들을 이렇게 가르쳐왔다>는 선정적인 제목의 전교조 비난 사설을 실었다. 사설은 APEC에 대한 전교조의 계기수업 실시 방침을 두고 "자기어적 사고능력이 없는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편견과 증오와 고정관념을 심어 세상을 비뚤게만 보게끔 가르치는 것은 범죄나 다름없다"며 "우리 사회는 이미 '교사로 위장한 거짓 교사들'이 주입시킨 이념의 독을 해독시키기 위해 너무나 많은 비용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과 부시를 '비하'했다며 문제가 된 인터넷동영상이 전교조가 제작한 것이 아니며, 전교조의 계기 수업자료가 따로 있다는 사실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오히려 사설은 국민들을 향해 "이대로 갈 것인가 아니면 중대 결심을 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며 '전교조 죽이기'에 나서라고 부추겼다.
10일 조선일보는 국민을 향한 '전교조 죽이기' 선동에 그치지 않고 전교조 내부를 '이간질'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사설 <전교조 안의 양심적 교사들에게 호소한다>는 "전교조 안의 애국적, 양심적 교사"들이 "좌파 정치세력"으로부터 전교조를 "출범 초기의 순수한 정신으로 되돌려"놓거나 "전교조에서 나와 '진짜 참교육'을 위한 새 단체를 만들어 새로운 교육운동을 시작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도 5일부터 연일 전교조 공격에 나섰다. 특히 동아일보는 비이성적일만큼 단순하고 감정적인 주장을 펴, 조선일보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전교조 죽이기' 행태를 보였다.
5일 <'무늬만 평가'도 안받겠다는 무능교사들>이라는 제하의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국민 80%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교원평가제를 평가 대상자인 교원들의 동의를 얻어 실시하려 했던 게 애당초 잘못"이라며 교원단체와의 협의 절차 자체를 부정했다.
9일과 10일 사설은 제목의 선정성과 논리의 단순함, 표현의 천박함에서 조선일보보다 한술 더 뜬다.
9일 <전교조 수구좌파 대(對) 전교조 '보통교사'>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동아일보는 전교조 교사들을 이념에 따라 제멋대로 나누고는, "전교조의 소수 강경파 세력은 교육의 시장원리를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가발전의 원동력이 돼 온 시장경제 체제와 대외 개방까지 부정하면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흔들고 있다"며 색깔론을 폈다. 이어 "양식있는 교사"들이 나서 "전교조를 사상투쟁의 도구로 이용하는 수구좌파 세력과 스스로 절연"해야 한다며 전교조 내부의 갈등을 부추겼다.
10일 사설 <말 많은 청와대, 전교조엔 "…">은 대통령에 대한 색깔공세까지 시도했다. 사설은 "전교조의 반미·반APEC·반세계화 수업과 교원평가 거부 투쟁은 국가의 정체성 및 경쟁력과 직결되는 사안"이라고 전제한 후, "말 잘하는 노무현 대통령"이 왜 전교조에 대해서는 침묵하는지 모르겠다며, 대통령은 "이 문제가 연정보다 사소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냐", "전교조의 편향된 이념교육에는 관심이 없거나 공감한다는 뜻이냐"는 등의 저급한 논리로 따지고 들었다.
걸핏하면 국가정체성 운운하는 단순한 논리도 식상하지만, 대통령이 "국가정체성 문제나 전교조 문제에는 참을성 있게 침묵하거나 입을 열었다 하면 오히려 혼란을 키웠다"고 비난하면서도 또 다시 대통령을 향해 전교조에 대해 무엇인가 말하라고 다그치는 행태는 모순이 아닐 수 없다.
11일 동아일보 사설 <전교조, 국민 분노를 더는 키우지 말라>는 교육부의 책임을 따지고 들었다. 그러나 동아일보가 주장하는 교육부의 잘못은 "전교조에 휘둘려" 왔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도 조선, 동아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태를 보였다.
5일 중앙일보는 <교원평가제 반드시 실시돼야 한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싣고 "교육정책에 사사건건 이의를 제기해 온 전교조가 이번에도 역시 반대에 앞장섰다"며 협의 과정의 문제나 평가제도의 내용적인 측면을 꼼꼼하게 따지기에 앞서 '전교조가 또 반대한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나아가 사설은 "평가 결과에 따라 능력이 뒤떨어지거나 가르침의 본업보다 엉뚱한 정치운동에만 정신을 파는 교원은 퇴출도 불사해야 한다"며 교원평가제도를 '전교조 교사 퇴출 제도'라도 되는 양 주장함으로써 교원평가제를 신중하게 추진해야 할 이유를 역설적으로 드러냈다.
이어 8일 사설 <선동교육 취소 않고 전국 확대하겠다니…>에서 중앙일보는 전교조의 APEC 계기수업 확대 방침을 "교원평가제 강행에 맞서기 위한 전교조 지도부의 정치적 공세 성격", "교사 노조가 목적 달성을 위해 현실과 이치에도 맞지 않는 교육을 하겠다고 고집하는 것" 등으로 규정했다. 나아가 계기수업이 "교육기본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인데도 전교조가 "불법 단체행동을 일삼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코드에 맞는 노조라고 법을 무시하는 데도 방관해 온 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10일 사설 <전교조 막을 힘은 학부모 밖에 없다>는 전교조의 무력화를 노골적으로 주장하면서 학부모들이 나서라고 부추겼다. 사설은 "6년 전 합법화 이후 전교조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다", "교육보다는 걸핏하면 명분없는 집단 행동과 정치이념 확산을 추구하는 전교조를 무력화할 특단의 대안이 절실하다"며 8일치 조선일보 사설의 논리를 쫓아갔다. 사설은 전교조 '무력화'의 방법으로 "전교조가 횡포를 부리면 학부모들이 학교를 찾아가고 항의"하고, "다수를 차지하는 비노조 교사들도 끼고 있던 팔짱을 풀고 교내에서 전교조의 전횡을 견제해야 할 것" 등을 학부모와 비전교조 교사들에게 촉구했다.


반면 한겨레신문은 5일 사설 <교육평가제, 교육여건 개선해야 실효거둔다>를 통해 교육평가제도와 함께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는 환경 개선이 필요함을 지적했다.
9일 사설 <전교조, 학생·학부모 곁에 서라>는 전교조에게 교육평가제 합의를 위한 '타협'을 당부했지만, 전교조를 매도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오히려 수구세력들이 전교조에 대한 악화되는 여론을 틈타 "권위주의의 부활"을 꾀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참교육의 대의를 위해 "용기"를 보여 달라고 설득했다.
경향신문도 5일 사설 <교원평가제 합의 아직 늦지 않았다>를 통해 교육부와 교원단체 모두의 "양보"를 통한 합의안 도출을 당부했다.


수구·보수신문들이 교육계 현안을 놓고 갈등이 빚어질 때마다 '전교조 탓하기'로 일관하고, 악의적인 색깔공세로 전교조를 매도해 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전교조의 '정치집단화'를 비난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반복하지만 전교조가 결성될 당시에도 이들 신문은 전교조의 '초심'을 지지하기는커녕 매도와 음해로 탄압을 부추겼다. 이번에도 이들 신문은 우리사회가 함께 풀어가야 할 교원평가제 문제를 놓고 전교조가 '또 집단행동'이라며 비난하는 데에만 급급하다.
우리는 이들 신문이 진정으로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도가 마련되기를 바란다면 '특정단체 죽이기' 식의 행태를 보일 수 없다고 본다. 학교 현장에서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을 매도하고 '왕따'시키는 방식으로 강행하는 교원평가제도로 어떻게 선생님들의 전문성을 높이고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겠는가?
수구·보수신문들이 교원평가제 합의 실패의 모든 책임을 전교조에 전가하고, 전교조의 단체행동만을 부각하면서 색깔공세를 펴는 데 골몰하는 목적은 전교조의 무력화, 전교조 교사들의 '퇴출'을 통해 교육 분야에서 시장논리를 손쉽게 관철시키려는 것이 아닌가?
구시대적 색깔론과 '전교조 대 비전교조', '전교조 대 학부모' 식의 이분법적인 구분으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바에야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합리적인 교원평가제도 마련에 도움이 되는 길이다.

 


2005년 11월 11일


(사)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