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야기] 44살에 뽑은 21세기 영화 44편 세 번째, 32위 - 28위
등록 2015.06.03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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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식의 베스트 영화 44!(3)

44살에 뽑은 21세기 영화 44편 세 번째, 32위 - 28위





올해 들어 영화 관람 가뭄을 겪고 있다. 자초한 일이다. 1월 1일 개봉한 다르덴 형제 감독의 <내일을 위한 시간>을 시작으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 <와일드>, <포스 마쥬어: 화이트 베케이션>, <나의 사적인 여자친구>, <트라이브>, <미스터 터너> 등 ‘웬만하면 반드시 봤을’ 영화들을 줄줄이 놓치고 말았다. 흥미가 떨어진 게 아니라 게을러서 그렇다. 조금만 분발하자! 6월에 개봉하는 <심야식당>과 <트립 투 이탈리아> 두 작품은 반드시 스크린에서 만나고 싶다. 사람이 나누는 ‘이야기’와 ‘음식’으로 텅 빈 마음을 채우는 영화이길 기대한다.   -김현식 회원



 

 

 

32위. 여친남친
(대만, 감독 : 양야체 / 출연 : 계륜미·장효전·봉소악)

“적어도 우리 중 한 사람은 행복하겠지. 그거면 됐어. 우리 중 하나라도 행복하다면 난 그걸로 괜찮아.” 대만 남부 가오슝에 있는 고등학교에 다니는 메이바오(계륜미)와 리암(장효전), 아론(봉소악)은 한마을에서 자란 친구들이다. 시간이 쌓이면서 이들 사이에 미묘한 감정이 흐른다. 한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고, 여자는 다른 남자를 좋아하고, 다른 남자의 마음은 한 남자를 향한다. 서로 감정을 드러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아프고, 치열하고, 슬프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엇갈리는 이들의 감정은 시간이 흘러도 옅어지지 않았다. 비록 지금 함께하지 못하지만, ‘함께 했던’ 것만으로도 그 시절이 찬란하고 소중했다는 걸 깨닫는다.

 

 

 31위. 케빈에 대하여
(캐나다, 감독 : 림 랜지 / 출연 : 틸다 스윈튼·이즈라 밀러·존 C. 레일리)

 ‘만약 내가 낳은 아이가 전혀 사랑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면 어떨까?’ 자유로운 여행가 에바는 낯선 남자와 사랑에 빠져 아들 케빈을 낳는다. 하지만 케빈의 탄생은 에바의 삶을 걱정과 불안으로 흔들었다. “익숙한 거랑 좋아하는 거는 달라. 엄마는 그냥 나한테 익숙한 거야.” 라고 냉소를 뱉던 어린 케빈은 청소년이 돼 살인을 저지른다. 세상으로부터 멀어진 아이, 아무도 사랑할 수 없는 아이를 홀로 사랑해야만 하는 엄마 에바.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영화 마지막, 수감된 케빈을 면회하는 에바가 묻는다. “행복해 보이지 않는구나.” 케빈은 짧게 답했다. “Have I ever?” (내가 행복했던 적이 있어?)
“인간은 누구나 엄마를 향한 채워지지 않는 갈증을 갖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케빈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케빈을 연기한 이즈라 밀러의 말이 인상적이다.
 

 

 

 

 30위. 안경
(일본, 감독 : 오기가미 나오코 / 출연 : 고바야시 사토미·모타이 마사코)

지루한 영화다. 하지만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5분만 견디면 비로소 마음이 채워지는 영화이기도 하다.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고요한 휴양지를 꿈꾸던 타에코(고바야시 사토미)는 남쪽 바닷가 작은 마을을 방문한다. 그곳에서 특별한 일 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의 독특한 행동 때문에 여러 번 당황한 그녀. 마음은 점점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은 사색하러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함께 어울리면서 하루하루 사색의 기쁨을 얻는다.
<토일렛>, <카모메 식당>을 연출한 감독은 지금보다 나은 삶을 원하는 이들에게 “일상에서 중요한 건 서두르지 않는 것”이라고 귀띔한다. 마지막 장면에서 타에코가 안경을 떨어뜨린다. 이내 당황하던 그녀는 차창 넘어 불어오는 바람을 쐬며 한결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29위. 준벅
(미국, 감독 : 필 모리슨 / 출연 : 에이미 애덤스·엠버스 데이비츠)
 준벅(JuneBug)의 뜻은 "6월의 벌레", "풍뎅이" 다. 잠시 머물렀다 떠나는 존재를 빗대어 말한다.
주인공 메들린(에니미 애덤스)은 시카고에서 아웃사이더 아트를 취급하는 딜러이다. 어느 날 노스캐롤라이나에 사는 아웃사이더 아트 화가 워크의 작품을 자신의 화랑에 전시하기 위해 그를 찾아 나선다. 근처에 살고 있는 남편 조지의 가족들과 첫 만남도 계획한다. 행복하길 바랐던 만남은 처음부터 낯설고 불안하다. 무뚝뚝한 아버지, 퉁명스런 어머니, 까칠한 남동생, 천진난만한 동서. 메들린은 평범하지만, 개성이 뚜렷한 가족의 새 구성원으로 안착할 수 있을까. 어느 가족이나 저마다의 아픔과 비밀스러운 사정을 품고 산다. 영화는 뻔한 해피엔딩으로 이끌어가지 않는다. 억지로 이해하고 화해하지 않는다.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매우 현실적이어서 고개를 끄덕이고 한편으론 쓸쓸하기도 하다.
 

 

 28위. 워터보이즈 
(일본, 감독 : 야구치 시노부 / 출연 : 다케나카 나오토·츠마부키 사토시)

 앗싸! 청춘은 롤러코스터다! 영화는 예상대로 흘러간다. 남고 수중발레단의 유쾌하고 발랄한 도전 성공기이다. 해체를 앞두고 있는 유이노 남고 수영부. 부원은 졸업을 앞둔 3학년 스즈키(츠마부키 사토시) 단 한 명뿐. 그마저 수영대회 성적이 여덟 명 중 8등이다. 어느 날 미모의 여교사가 수영부를 맡게 되고, 서른 명의 지원자가 몰려들지만 여교사의 전공은 '수중 발레'이다. 여교사의 의욕에도 불구하고 스즈키를 포함해 다섯 명만이 수영부에 남아 수중발레를 배운다. 여름방학이 시작되면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돌입한 워터보이즈. 과연 이 남학생들은 다가오는 학교 축제에서 수중발레 쇼를 공연할 수 있을까. 영화 하이라이트, 샹송의 디바 실비 바르탕이 부른 ‘Irresistiblement(거부할 수 없는)’에 맞춰 수중발레 군무장면이 펼쳐진다. 이제 서른 중반이 넘은 주인공 츠마부키 사토시의 가장 젊은 시절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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