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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조선일보의 ‘사법부 길들이기’ 기사에 대한 논평(2008.10.17)
등록 2013.09.25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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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의 오만방자한 사법부 모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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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법원이 촛불시위자들에게 잇따라 보석 결정을 내리자 조선일보가 또 한번 유치한 방법으로 ‘사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17일 조선일보는 10면에 <법원, ‘촛불시위 재판’ 갈팡질팡 판결>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법원이 불법 촛불 시위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시위주동자들에 엇갈린 판단을 내리고 있다”는 것인데, 사실상 집시법 10조를 위헌제청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박재영 판사와 형사3단독 엄상필 판사를 겨냥하고 있다.
박재영 판사는 광우병대책회의 안진걸 조직팀장에게 보석 결정을 내린 법관으로, 이 판결에 앙심을 품은 조선일보는 8월 14일 <불법시위 두둔한 판사, 법복 벗고 시위 나가는 게 낫다>는 제목의 사설을 실어 박 판사를 인신공격했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이 판사는 자신이 그 동안 촛불시위에 나가지 못하게 했던 거추장스러운 법복을 벗고 이제라도 시위대에 합류하는 게 나을 것”이라는 극언도 서슴지 않았다.
오늘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박 판사가 집시법 10조를 위헌제청하기 전에는 법원이 촛불시위자들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으나, 박 판사의 위헌제청 후에는 다른 판결이 나왔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조선일보는 형사3단독 엄상필 판사의 판결을 ‘갈팡질팡 판결’의 예로 들었다. 엄 판사가 “‘위헌제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판결을 내릴 수 없다’며 구속돼 있던 진보연대 상임운영위원장 박석운(53)씨와 촛불시위 선동 네티즌 나명수(48)씨를 보석으로 석방하고, 판결 선고를 위헌 결정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일반적으로 현행 법률에 대한 위헌제청이 있을 때, 관련 사건에 대한 판결을 보류할 수는 있다”면서도 ‘위헌제청이 제기된 간통죄의 경우 90% 이상 판결이 내려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법관들에게 ‘왜 촛불시위 기소자들을 처벌하지 않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면서 “이번에 위헌제청한 집시법 10조는 이념적, 사상적으로 민감한 부분인 데다, 무작정 선고를 보류할 경우 야간 불법집회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판사들이 신중해야 한다”는 ‘대법원 관계자’의 인터뷰를 전하기도 했다. ‘대법원 관계자’의 입을 빌려 판사들을 향해 ‘신중하게 처신하라’고 압박한 셈이다.
사법부조차 제 뜻대로 길들이려 하고, 제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보복’의 성격이 다분한 기사를 써서 판사들을 비난하는 조선일보의 행태가 놀라울 따름이다. 아무리 이명박 정권을 만든 ‘1등 공신’이라지만 너무 막나간다.
우리는 사법부가 조선일보의 이런 기사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믿지 않는다. 오히려 조선일보의 이런 오만방자한 행태는 ‘정치권력을 등에 업은 신문이 사법부의 독립성마저 침해한다’는 비난만 초래할 것이다. 조선일보는 자신들이 온 세상을 떡주무르 듯 할 수 있다는 착각에서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야 한다. 지금처럼 잘난 척 하다가는 머지않은 미래에 한국사회의 ‘왕따’가 될 지도 모른다. <끝>

 



2008년 10월 17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