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한나라당 신문법 개정안’에 대한 민언련 논평(2006.12.14)
등록 2013.08.29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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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개악된 한나라당 신문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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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한나라당이 정병국 의원을 중심으로 신문등의자유와기능에관한법률(이하 신문법) 개정법안을 발의했다. 6ㆍ29 헌재 결정 이후 제출된 이번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에 대해 말이 많다. 그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신문방송겸영 허용 부분이다.
현재, 방송법은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ㆍ뉴스전문 방송채널사업에 일간신문이 겸영이나 출자(주식이나 지분 소유)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반면 신문법은 방송의 일간신문 출자가 49%까지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신문방송 겸영금지’의 취지를 일관성 있게 살리기 위해서는 방송의 일간신문 출자·소유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신문법을 개정해야 한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신문법 개정안은 신문 시장점유율 20% 미만의 신문사업자는 지상파 방송을 포함하는 방송사업 일반에 겸영과 출자(소유)가 모두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한나라당 개정안, 거대신문의 방송겸영 허용하자는 것
얼핏 보면, 신문방송의 조건부 겸영 허용인 것 같고 여론다양성 보장을 위해 신문시장점유율이 얼마 되지 않는 중소신문만 방송사업 일반에 진출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신문 시장점유율 산정대상은 일반일간신문과 특수일간신문, 더 나아가 무료신문까지 포함하는 모든 일간신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여론다양성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여론다양성은 기본적으로 정치적 의견의 다양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와 관련되는 일간신문은 정치여론 형성에 영향력을 미치는 일반일간신문(종합일간신문)만을 말하는 것이다. 유럽에서 신문시장점유율을 기준으로 신문방송겸영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종합일간지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일반일간신문과 특수 일간신문의 구분까지 없앤 것은 모든 신문을 점유율 산정대상에 포함시켜서 과점신문의 시장점유율을 떨어뜨려 신문방송 겸영을 전면적으로 허용하겠다는 속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실제로 이런 방식으로 신문 시장점유율 산정하면 20%가 넘는 점유율을 갖는 신문사업자는 존재할 수 없다. 사실상 전면적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인 것이다. 한나라당 신문법안의 취지가 전면적인 신문방송 겸영 허용임이 분명한 것은 신문시장 점유율이 20%가 넘는다고 해도 지상파 방송 등 방송사업 일반에 20% 미만의 출자(지분 및 주식 소유)는 가능하도록 하고 있으니, 신문시장 점유율이라는 조건을 붙여 여론독과점을 견제하고 여론다양성을 보장한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이다. 또한 신문시장 점유율의 기준이 되는 발행부수 검증도 신문사업자로 구성되는 신문재단이 하도록 되어 있으니 제대로 될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


헌재도 인정한 ‘신문·방송겸영금지’ 무력화하겠다는 한나라당
6ㆍ29 신문법 헌법소원 결정선고를 통해 신문방송 겸영 금지, 특히 지상파방송과 일간신문의 겸영금지의 합헌성을 인정한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6년에 ‘특정 언론시장의 과점 사업자들이 다른 영역까지 장악한다면 심각한 여론독과점이 우려되기 때문에’ 신문방송겸영은 위험하다고 결정한 바 있다.
한나라당은 헌재의 결정을 존중하기 바란다. 한나라당 신문법안의 내용대로 신문방송 겸영을 허용하면 과점신문이 지상파방송과 뉴스전문채널을 장악하여 우리 사회의 의제를 마음대로 좌우하고 여론을 장악하는 무서운 현실이 펼쳐질 것이 뻔하다. 또한 우리 종합일간지 시장과 방송시장은 각각 70%와 50%정도로 집중된 과점 구조로 되어 있는데, 두 시장을 열어 과점사업자가 중심이 된 신문방송겸영을 허용한다는 것은 심각한 여론의 독과점만 초래할 뿐이다. 2003년에 미국에서 FCC가 동일지역 신문방송 교차소유 규제를 완화하려 할 때,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과 우익단체나 우익언론인도 강력하게 반대했다. 이 때, 미국의 한 보수적 언론인이 ‘미디어권력의 집중은 보수주의자들에게도 재앙으로 돌아온다’고 경고한 바 있다는 사실을 새겨보기 바란다.
사실, 신문방송 겸영 허용에 대한 한나라당의 집착은 오래되었다. 그것이 법제화 노력 등으로 구체화된 것은 지난 2002년 대선 때 제시된 ‘한나라당 방송개편안’이 신문방송겸영금지 폐지 등을 담고 있는데서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 2003년 6월에도 ‘방송개편안’이 다시 쟁점화 되기도 했다. 그런데 ‘방송개혁안’에는 KBS2와 MBC의 민영화가 포함되어 있어 신문방송겸영 허용이 공영방송의 사영화와 맞물려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신문방송겸영 허용’과 ‘공영방송의 사영화’라는 한나라당의 목표는 지금도 불변인 것이다.


편집자율성 및 독자권익 보호 장치도 없어
신문방송겸영 허용 외에도 한나라당 신문법안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 8월 공청회를 통해 공개한 신문법 개정안의 내용에 비해서도 크게 후퇴해 있다. 그 대표적으로 편집규약에 대한 조항이 사라지고 독자 권익보호 관련 조항 중에 ‘신문사업자의 구독자의 의사에 반하는 구독계약 위반과 무가지 및 무상의 경품 제공 등 불공정 행위 금지 등에 대한 규정’을 삭제한 것을 들 수 있다. 결국,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에서는 신문의 내적 자유(편집자율성)를 보장할 수 있는 장치가 전혀 없는 것이다.
지난 8월까지 신문법안에 잔존했던 편집규약 조항이 왜 삭제되었는지 참으로 궁금하다. 편집 자율성 보장과 신문시장의 공익적 질서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고 볼 수 있는 자율적인 편집규약 제정과 신문사업자의 부당거래행위 금지는 2004년 한나라당 신문법안부터 유지되어 오던 것인데 왜 이것마저 삭제했는가. 이제 한나라당 신문법안은 더 이상 후퇴할 수 없는 데까지 온 것 같다.
또한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은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 관련 조항도 삭제했다. 대신에 신문재단이 신문의 경영 자료의 조사와 공개, 교육 조사 연구사업, 신문진흥 사업 등 신문발전위원회와 신문유통원이 하던 사업을 맡도록 되어 있다(제17조). 그런데 신문재단은 신문사업자가 구성하도록 되어있다. 현재 신문협회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도대체 신문사업자들이 신문의 경영 자료 조사와 공개, 신문산업 진흥 사업 등을 얼마나 공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지난 8월에 공개된 한나라당 신문법안에는 신문재단이 문화관광부 산하의 기구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번 개정안에는 기구의 위상도 분명치 않아 신문협회의 재단화를 의미할 뿐이다.
한나라당은 2004년 신문법안에서는, 신문부수공사재단과 신문발전기금관리위원회를 제안한 바 있다. 그때도 신문협회가 위원을 주로 추천하였지만 이번 신문재단처럼 노골적으로 신문사업자가 주도하도록 하진 않았다. 이제 한나라당의 신문법안은 신문사업자(신문사주)를 위한 법안이라고 해도 변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끝>

 


2006년 12월 1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