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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 관련 16일 주요신문 보도에 대한 논평(2009.3.16)
등록 2013.09.25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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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구신문 ‘개성공단 폐쇄 불사론’, 경제까지 망친다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오늘(16일)도 북한은 개성공단의 남측인원에 대해서만 귀환을 허용했을 뿐, 남측에서 개성공단으로의 출입은 허가하지 않았다.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에 대해 정부는 ‘억류’라는 평가를 내놓지 않는 등 매우 신중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이는 북한과 접촉할 핫라인이 모두 단절된 상황에서 ‘개성공단 완전철수’와 같은 섣부른 강경대응은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요 일간지들은 16일에도 개성공단 통행차단 관련 보도를 쏟아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를 비판하며 조속한 해제를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 변화 필요성을 지적했다.
  하지만 조중동은 정부에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개성공단 포기” 등 대북 강경책을 주문했다. 이 같은 조중동의 행태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키며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경제를 궁지로 모는 무책임한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경향, “북은 통행차단 해제, 남은 대북 강경기조 변화” 촉구
  16일 한겨레신문은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의 배경과 정부의 대응을 보도하면서 북한의 조속한 통행 재개를 촉구했다. 1면 <[뉴스분석] 개성공단 사흘째 통행차단 북 압박, 기업인에 ‘불똥’ 오늘 통행재개 최대고비>에서 “북한의 이번 조처는 대북 신뢰도를 깎고 개성공단의 장래, 남북관계 전반에 먹구름을 드리우는 ‘나쁜 행동’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보도했다. 이어 북한이 통행차단에 나서게 된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을 전했다. 4면 <입주기업 “정부가 나서라”… 정부는 “북 조처 지켜본 뒤…”>에서는 정부가 원론적 답변만 내놓을 뿐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태를 보도했다.
  사설 <북한의 도 넘은 개성공단 통행차단>에서 한겨레신문은 “북한의 이번 조처는 남북 합의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라며 “이번과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을 것임을 남쪽을 비롯해 지구촌 전체에 확신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나빠진 남북 관계가 있다”면서 “이번 기회에 대북 정책에 대한 전반적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경향신문도 북한의 조속한 개성공단 통행 재개를 촉구하는 한편 사태를 해결할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1면 <개성공단 사태 오늘 분수령>, 3면 <핫라인 단절로 대북정보 ‘깜깜’…정부 ‘속수무책’>에서 경향신문은 “사태해결 등에 도움이 됐던 여러 채널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모두 끊어졌다”고 지적하고 “부실한 대북 정보, 이로 인한 사태 예측의 능력 부족 등이 드러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30면 김진호 특파원의 칼럼 <北 미사일 도발이 입증한 진실>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입증한 또 하나의 진실은 이명박 대통령의 ‘7·4·7(7% 경제성장, 4만달러 소득, 세계7대강국 진입)’ 공약과 마찬가지로 ‘비핵개방 3000’이 휴지조각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라며 이명박 정부 대북정책의 ‘참담한’ 결과를 지적했다.
  사설 <북 개성공단 출입 차단 즉각 철회하라>에서 경향신문은 “평소 개성공단에 부정적이었던 사람들이 이번 조치를 은근히 즐기고 있다는 사실을 북한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이 개성공단 사업을 계속할 의사가 있다면 출입 중단 조치를 철회하고, 향후에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약속하지 않으면 안된다”면서 개성공단 통행 재개를 촉구했다.
 
 
  조선·동아, “북 노동자에게 무노동·무임금”·“개성공단 폐쇄 불사”
  반면 조중동은 16일 “北노동자에게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 “개성공단 포기도 각오해야” 등 정부에 강경 대응을 주문하고 나섰다.
  가장 목소리를 높인 것은 역시 조선일보였다. 1면 <정부 “개성의 北노동자들에게 무노동 무임금”>에서 조선일보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을 적용해 북한에 주는 돈을 줄이거나 월급 지급을 일시 보류하는 방안을 검토 중”, “(북한에 통행차단 전후에 받는) 돈의 차이를 느끼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정보 당국자’,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을 전하며 대북강경 주장을 부각시켰다.
  사설 <정부, 北 도발에 속수무책 당하기만 할 건가>에서 조선일보는 “지난 11일 1차 억류가 풀린 직후라도 북측에 재발 방지 약속 없이는 개성공단 출입을 허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면 적어도 13일 2차 억류사태가 벌어지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개성공단 폐쇄’로 북을 압박하는 초강수를 썼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날 김대중 고문의 칼럼 <우리에게 6자회담은 무엇인가>에서는 현실과 동떨어진 ‘6자회담 무용론’까지 등장했다. 칼럼은 “6자회담은 미·북의 양자 접근을 가려주는 위장막일 뿐이며, 한국이 아무런 실속없이 그 위장막의 한자락을 언제까지 맡고 있어야 하는지도 이제는 점차 불확실해지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북핵의 존재를 인정하는 그 어떤 타협에도 동의할 수 없다. 북핵제거의 대가를 한국이 전담하는 상황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을 분명히 그으며 6자회담 탈퇴의 배수진까지 쳐야 하는 상황도 대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를 향해 ‘6자회담 탈퇴’를 북핵 대응 카드로 쓰라는 얘기다.
 
  동아일보도 비슷한 보도태도를 보였다. 동아일보는 1면 <개성공단 공장 10곳 생산 멈췄다>, 6면 <개성입주 72곳 “주재원 식량 1주일 못버텨”>, <공단+관광수입 年920억원 北 ‘현금 상자’ 포기하기엔…>, <북녘만 바라보는 정부> 등에서 개성공단의 상황을 전하며 일부 개성공단 기업체 입주 관계자들이 철수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사설 <안전(安全) 확보 안 되면 개성공단 존속시킬 수 없다>에서 동아일보는 “국민의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개성공단을 존속시킬 수는 없다. 북이 당장 통행을 정상화하고 확실한 안전보장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공단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보여야 한다”며 ‘개성공단 폐쇄’를 불사한 대북 강경 대응을 주장했다.
  또 “숫자로 나타나는 단기 피해는 남한이 훨씬 크다. 그러나 북한의 경제규모가 남한의 36분의 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에 900억원은 상상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며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더 손해”라는 주장도 폈다. 한마디로 ‘개성공단이 잘못되어도 우리보다 북한이 더 손해’라는 말인데, 그야말로 어이없는 계산법이다. 설령 북측의 손해가 더 큰 것이 사실이라 해도 ‘상대방의 손해가 더 크니 우리의 손해를 감수하자’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사설은 “이런 상황(개성공단 통행차단)을 초래한 원죄는 햇볕정책에 취해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실적 과시에 급급했던 김대중, 노무현 정권에 있다”며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의 책임을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에 떠넘기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개성공단 폐쇄’ 운운하는 데 까지 나아가지는 않았다. 그러나 <남측 426명 사흘째 ‘억류’됐는데… 정부 655명 방북 또 허용>에서 “상황이 위중한 만큼 당분간 공단 체류 인원을 최소화화는 차원에서 방북이 되건 안 되건 방북 희망 인원을 정부가 대폭 줄여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라며 정부의 방북 허용에 유감을 나타냈다.
  다만 중앙일보는 29면에 신언상 개성공단관리위원장의 칼럼 <‘개성공단의 기적’을 멈추게 할 셈인가>를 실어 “남북관계에는 시장경제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요소가 많다. 멀리 보고 정치적 배려를 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에 드는 비용을 낭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담았다.
 
  ‘개성공단 폐쇄’, 경제적 측면에서도 어리석은 주장
  이명박 정권 출범 후 남북관계가 날로 악화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은 아슬아슬한 남북관계를 이어주는 통로가 돼왔다. 북한이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를 취한다고 해서 우리마저 ‘개성공단 폐쇄 불사’를 외치며 다시 강경 대응한다면 남북관계는 그야말로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경제적인 면에서도 의미가 크다. 2008년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소는 개성공단에 2010년 입주계약업체가 본격 가동될 경우 생산 유발효과는 36억~47억 2천만 달러,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11억9천만~15억6천만 달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는 각각 국민소득 대비 0.3~0.4%, 0.1%에 달하는 규모다.
  눈에 보이는 경제적 이익 외에도 개성공단은 ‘남북한 긴장 완화의 상징’으로 떠오르면서 해외 금융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크게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금 우리 경제가 어떤 상황인가?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수출은 줄고 있다. 이런 때 개성공단이 폐쇄되고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만 해도 섬뜩하다. 어떤 해외투자자가 한국 경제의 앞날을 낙관하면서 한국에 투자를 할 것인가? 게다가 2007년 12월까지 남측이 개성공단에 투입한 회수불가능 자금이 4,574억에 이른다. 그런데도 입만 열면 ‘경제’를 외치는 조중동은 남북관계 파국이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북강경 대응을 압박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13일 북한이 다시 개성공단 통행차단 조치를 한 데에는 조중동 수구족벌신문의 무책임한 보도도 한 몫을 했다고 지적한다. 10일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차단 해제 조치 당시 조중동이 이를 ‘북한의 굴복’이라 평가하자 북한이 여기에 반발해 통행차단 조치를 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16일에도 조중동이 “무노동 무임금 원칙 적용”이니 “개성공단 폐쇄”니 강경대응을 주문한 가운데, 북한은 개성에 체류한 남측 관계자의 귀경은 허가하면서도 개성공단 출입은 불허했다. 조중동이 정부에 ‘개성공단 출입 축소’, ‘개성공단 철수 불사’를 주문하자 ‘공교롭게도’ 북한이 한발 먼저 ‘개성공단 폐쇄 불사’의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의 분석처럼 조중동 등의 ‘강경대응’ 주장이 북한을 자극한 것이라면 우리사회는 ‘이념’의 굴레에 갇힌 수구세력으로 인해 치르지 않아도 될 엄청난 비용을 치르는 셈이다.
  우리는 조중동에게 촉구한다. 모든 것을 떠나 남북 간 긴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우리 경제는 어려워진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를 더욱 궁지로 모는 무책임한 대북 강경론을 당장 중단하라.
  이명박 정부에게도 촉구한다.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을 전환하는 것만이 남북관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길이다. 수구족벌신문들의 주장을 믿고 대북 강경기조를 고집한다면 이명박 정부는 6자회담 석상에서 외교적으로 고립된 채 남북관계를 악화시키고, 이로 인해 경제까지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극심한 경제난으로 빈곤, 실직, 파산의 고통을 겪고 있는 국민에게 남북관계 악화에 따른 고통까지 떠넘겨서는 안된다. <끝>
 
 
2009년 3월 16일
(사) 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