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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 관련 언론 보도에 대한 논평(2015.9.25)
등록 2015.09.25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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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노동자와 시민, 동료 기자까지 철저하게 외면했다

 

 

 지난 9월 23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 구조개편 합의안에 반대하며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민주노총은 일반 해고 기준 완화 및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를 골자로 한 합의안이 노동자의 희생만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더불어 노사정 합의에서 추후 논의하기로 한 비정규직 사용 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제멋대로 법안으로 만들어 발의한 새누리당을 규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 조합원 1만여명은 경향신문사 앞에서 집회를 가진 뒤 청와대로 행진하려 했으나 145개 중대 1만 1600명의 경찰 병력에 막혀 광화문에서 멈춰야 했다. 그런데 경찰은 해산하려는 집회 참가자들을 고립시키고 캡사이신을 뿌리는 등 강경진압에 나섰다. 집회 참가자들을 세종문화회관 계단 위로 몰아 무리한 연행까지 일삼았다. 이 과정에서 경찰 진압에 항의하던 권영국 변호사를 포함한 54명이 연행되었다. 심지어 경찰은 수 차례 자신을 취재기자라 밝힌 <한겨레> 김규남 기자의 목을 조르며 연행을 시도하기도 했다. 무차별 진압과 연행 과정에서 기자의 취재권마저 짓밟혔다. 하지만 주요 언론은 이 상황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했다.

 

 ‘노동개악’에 길가로 나온 노동자, 언론은 모르쇠
 23일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언론은 국민에게 알리지 않았다. 25일 현재까지 5개 주요 일간지(경향‧동아‧조선‧중앙‧한겨레)의 경우 조선일보와 중앙일보가 1건씩, 한겨레가 2건 보도했고 6개 주요 방송사(KBS‧MBC‧SBS‧JTBC‧채널A‧TV조선)에서는 채널A가 1건, JTBC가 1.5건, KBS가 0.5건 보도했을 뿐이다.


 심지어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자 죽이기로 생존의 위협에 처한 노동자들의 입장을 철저하게 외면하고 왜곡했다. 민주노총이 어째서 총파업을 할 수밖에 없는지는 언급하지도 않은 채 집회를 불법시위로, 민주노총을 강경 좌파로 매도한 것이다. 조선일보는 <“노사정 합의 결사반대” 민노총 대낮 기습시위>(9/24, 12면, 이순흥‧이태동 기자)에서 “민주노총이 차로를 점거하고 불법 집회를 벌였다”며 시민의 행진을 불법으로 규정하고 경찰의 강경진압에 대해서는 함구한 채 “민노총 조합원들이 경찰의 방패를 잡아채며 거칠게 항의”했다고 전했다. 또 “쉬운해고 반대한다!” “평생비정규직 반대한다!” 등 절규에 찬 노동자들의 외침은 모두 누락하고 “청와대로 쳐들어가자”라는 자극적인 구호만 싣기도 했다. 중앙일보의 <정철근의 시시각각/민주노총의 ‘적반하장’ 사과문>(9/25)은 광화문 집회에서의 조합원 연행 사태와 관련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사과문에 대해 “불법시위에 대한 유감표시라도 들어있나, 제목만 보고 잠시 착각할 뻔 했다”며 비아냥거린 뒤 “좌파로 불리는 민주노총의 강경세력에게 사회적 합의는 야합을 뜻한다”며 민주노총 지도부를 강경 좌파로 재단했다. 일반해고 기준 완화, 정규직 임금 삭감, 비정규직 확대 등 노동권을 침해하는 내용으로 가득찬 정부의 노동구조 개편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무조건 강경 좌파로 모는 마녀사냥을 감행한 것이다.

 

△ <한겨레> 김규남 기자를 연행하는 경찰 (사진출처 : 한겨레 홈페이지)

 

 경찰의 동료기자 폭행 및 연행 시도, 짓밟히는 취재권에도 무관심
 언론의 태도가 더 한심한 것은 <한겨레> 김규남 기자가 민주노총 집회를 취재하던 도중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고 연행될 뻔 한 사안에 침묵한 사실이다. 신문에서는 김 기자의 소속사인 한겨레만이 보도했고 방송에서는 JTBC가 단신 1건으로 다뤘을 뿐이다.


 김 기자는 경찰의 연행 시도 당시 동료 기자들의 항의 끝에 풀려났으나 오른쪽 팔과 목, 허리 등에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김 기자가 수 차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취재 방해하면 안 됩니다”고 당부했음에도 10분 가량 김 기자를 끌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전국언론노조는 “김 기자에 대한 폭력적 연행 시도는 군사독재정권 시절에나 있을 법한 일”이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24일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서울지방경찰청 1기동단장은 <한겨레> 편집국에 찾아가 사과했으나 책임자 처벌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 추모 집회, 5월 1일 노동절 집회에서도 폭력 진압과 CCTV를 이용한 시민 불법 감시로 무리를 빚던 경찰이 이번에는 취재 기자까지 폭행, 연행을 시도 하면서 폭압적 공권력의 민낯을 그대로 드러냈다. 하지만 김 기자의 소속사인 한겨레와 JTBC만이 이를 보도했다. 이는 대다수 언론이 취재권 보호와 언론의 자유에 무감각해졌음을 의미한다. 언론은 민주노총의 총파업 결의대회를 보도하지 않거나 조선‧중앙처럼 왜곡하면서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무관심과 반노동적 인식을 그대로 드러내기도 했다. 노동권과 언론 자유를 중시하지 않는 언론이 과연 존재 가치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노사정 합의 후 이제 입법과정을 남겨 놓은 박근혜 정권의 노동말살 정책에 대해서도 언론이 사실 전달과 권력 비판이라는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끝>

 

2015년 9월 2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