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대선후보 TV토론 보도, ‘막장싸움’ ‘난타전’ 제목장사 열 올린 신문
네거티브 공세에 편승한 정치혐오 조장 보도 멈춰라
등록 2022.03.04 20:43
조회 249

대선후보 TV토론 보도, ‘막장싸움’ ‘난타전’ 제목장사 열 올린 신문

네거티브 공세에 편승한 정치혐오 조장 보도 멈춰라

 

3월 2일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3차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20대 대선후보 TV토론이 종료됐다. 법정 토론을 포함해 총 5회 진행된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각 후보에 대한 충분한 판단 근거를 제공하는데 역부족이었고, 형식적 제약은 후보별 차별성을 드러내기에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이런 한계에도 언론은 유권자에게 정쟁보다는 정책을 제공하고, 정치적 공세 등 폭로성 주장을 검증하고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지만 오히려 정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법정 3차 TV토론 다음 날인 3월 2일, 1면 제목을 ‘대장동 막장싸움’으로 달아 TV토론 가치와 효과를 반감시킨 보도다. 언론이 선거 때마다 비판받는 네거티브 중심 선거를 증폭·재생산하는 당사자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근거이기도 하다.

구분

1차토론(2.21)

2차토론(2.25)

3차토론(3.2)

주제

쟁점

o 코로나 손실보상

o 규제완화

o 경제정책 목표

o 확장재정 여력 및 재정적자

논쟁 등

 

 

 

 

o 선거제 개혁

o 중임제 개헌

o 권력구조 개편

o 미국MD가입 여부

o 핵 공유 논쟁

o 사드배치 문제

o 안보관 논쟁

o 모병제 전환 등

 

o 복지예산 및 기본소득

o 의료비 보조 제도

o 페미니즘 및 성인지 예산

관련 발언 논쟁

o 코로나 손실보상

o 일자리, 주거 등 청년정책

o 산업재해 문제

o 지역균형발전

o 탄소중립 등

TV토론 다음날 주요 신문 관련 기사 제목

경향신문

윤 “김만배 녹취록에 ‘이재명 게이트’ 언급” 이 “거짓말…허위사실이면 후보 사퇴하나”

윤석열 “초음속 미사일 대응, 미 MD참여 필요”

 

이·윤, 마지막 ‘페미니즘·대장동’으로 맞붙었다

 

동아일보

윤 “법카 횡령” 공격에…이, ‘윤 죽어’ 패널 꺼내

윤석열 “단일화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경선 하겠다면 모르죠”

끝까지 난타전…이 “진짜 몸통” 윤 “거짓말 달인”

조선일보

윤 “국채 얼마든 발행해도 되나” 이 “한국, 기축통화국 가능성 높아”

이 “싸울 필요없는 평화가 중요” 윤 “굴종으론 평화 지속 안돼”

이 “대선 후 대장동 특검 어떠냐” 윤 “그동안 수사 다 덮지 않았나”

중앙일보

대장동 녹취록 충돌 “윤 죽어” “이 게이트”

이 “양당 독식 체제 깨야” 윤 “선거 전략으로 악용 우려”

마지막 TV토론도 ‘대장동’

 

한겨레

대장동 녹취록·법카…이-윤 사사건건 격돌

이 "선제타격은 전쟁 개시" 윤 "안보관 너무 부족"

페미니즘·성인지예산…윤석열 ‘성평등 인식’ 뭇매

한국일보

이 “김만배가 윤 언급” 윤 “이재명 게이트”

이 “우크라 초보 정치인이 전쟁 불러” 윤 “종전선언 강조 땐 우리도 위험”

이 “몇번째 우려먹냐” 윤 “애들 반장선거냐” 대장동 막장 싸움

 △ 법정 TV토론 쟁점 및 다음날 주요 신문 관련 기사 제목 ©민주언론시민연합

 

경제정책 1차토론 다음날, 신문 1면 ‘대장동’ vs ‘윤 죽어’

2월 21일 법정 첫 토론회로 관심을 모은 1차 TV토론은 경제분야가 주제였다. 이날 네 명의 후보들은 코로나 손실보상과 규제완화 정책, 확장재정 여력을 둘러싼 토론에 대부분 시간을 할애했다. ‘대장동 공방’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이재명·윤석열 후보의 주도권 토론 시간에 10분 남짓 오갔을 뿐이다. 그러나 다음날인 2월 22일, 동아일보는 1면 기사 제목으로 <윤 “법카 횡령” 공격에…이, ‘윤 죽어’ 패널 꺼내>를 달았다. 확장재정 논쟁에 초점을 맞춘 조선일보를 제외하고 경향신문·중앙일보·한겨레·한국일보도 ‘대장동․법카 공방’을 1면 기사 제목으로 사용했다.

‘정치·안보’가 주제인 2월 25일 2차 TV토론의 경우 일부 언론은 단일화에 몰두했다. 핵심 쟁점으로 ‘단일화’를 내세운 동아일보가 대표적이다. 동아일보는 2월 26일자 1면 기사 제목을 <윤석열 “단일화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경선하겠다면 모르죠”>로 달았다. 중앙일보는 기사 제목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본문 첫 머리가 단일화 내용이었다. 2차 토론의 주요 쟁점은 정치개혁과 안보 분야로써 중임제 개헌, 핵 공유, 사드 배치, 모병제 등 논쟁적 사안이 많이 나왔다. 단일화는 심상정 후보 질문에 윤석열 후보가 “노력하고 있다”, 안철수 후보가 “다 끝난 일”이라고 답한 게 전부인데도 1면 제목으로 올리며 부각한 것이다.

복지, 노동, 여성 등을 포괄하는 ‘사회 분야’가 주제인 3월 2일 3차 TV토론 보도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다음 날인 3월 3일, 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국일보는 1면에 ‘대장동 공방’을 중심으로 다루면서 ‘끝까지 난타전’(동아일보), ‘마지막 TV토론도 대장동’(중앙일보), ‘대장동 막장 싸움’(한국일보)이란 제목을 달았다. 이날도 윤석열 후보의 주도권 토론시간에 이재명 후보와 ‘대장동’ 논쟁을 벌인 마지막 10분을 빼곤 의료비 상한제, 복지 예산, 성평등 정책, 일자리 확대, 지역균형 발전 등 수많은 정책이 논의됐다. 그러나 신문은 마지막 시간에 벌어진 논쟁이 마치 3차 토론의 전체인 양 규정지어 버렸다.

 

선거보도 관행 바뀌어야 선거문화 개혁된다

유권자는 정책적 쟁점보다는 사이다 발언과 상대 후보에 대한 정치공세를 더 흥미로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극적인 음식만 찾다보면 건강은 어떻게 되겠는가. 언론은 선거에서 더 바람직한 부분을 강조하고 유권자의 관심을 이끌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정책선거가 그렇다. 후보들의 입이 거칠어지고, 네거티브 공세가 확산될수록 언론은 각 후보자 정책의 맥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 등 다층적인 분석을 유권자 눈높이에 맞게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책선거는 ‘실현하기 어려운 이상적 목표’에 그치고 만다.

언론의 보도가치 판단기준이 정책 대결보다 잠깐의 자극적 네거티브 공세와 대결구도에 방점을 둔다면 어떤 후보가 정책을 성실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하겠는가. 언론이 자극적 선거보도에 몰두하면 당연히 후보자들도 유권자 눈높이로 정책을 충분히 설명하는 대신, 과격한 언사로 상대 후보를 비방해 언론과 대중에게 손쉽게 주목받는 ‘가성비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언론은 선거철마다 후보자의 정책 구체성 부족, 네거티브 행태를 꼬집지만 정작 자신의 보도를 성찰하는 데는 인색하다.

TV토론 속 후보들의 의혹 공방을 놓고 ‘감정 충돌’, ‘낯 뜨겁다’, ‘역대급 비호감’ 등으로 혹평하기 전에 언론 스스로 네거티브 보도에 몰두하는 자신들의 행위를 비판해야 마땅하다. 언론의 선거보도 관행이 바뀌어야 선거문화 개혁을 끌어낼 수 있다. 선거일이 5일 남았다. 언론은 남은 기간만이라도 정치권의 네거티브 공세에 편승한 정치혐오 조장 보도에서 벗어나 구체적 정책을 내놓은 후보, 네거티브 하지 않는 후보가 더 주목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 그래야 언론도, 정치도, 대한민국의 미래도 살릴 수 있다.

 

2022년 3월 4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직인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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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정] 논평에 포함된 ‘법정 TV토론 쟁점 및 다음날 주요 신문 관련 기사 제목’ 중 한겨레 기사로 소개된 <이 “우크라, 6개월 초보 정치인 결과” 윤 “평화는 확실한 억제력 가져야 유지”>는 중앙일보 기사 제목입니다. 이를 <이 “선제타격은 전쟁 개시” 윤 “안보관 너무 부족”>로 수정합니다. (2022.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