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_
조선일보, 老風- 세대갈등으로 몰고 가 /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보도
등록 2013.08.09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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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老風- 세대갈등으로 몰고 가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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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노인들을 폄하하는 결정적인 말실수를 했다. 그의 발언은 미래를 주도하고 결정할 주체들이 젊은 유권자들이고 60-70대는 투표 날 집에서 쉬어도 좋다는 내용이다. 열린 우리당의 정동영 의장은 탄핵정국 하에 치러지는 17대 총선 유세기간에 말실수로 상대 당이나 조선과 동아일보와 같은 언론에 원인제공을 함으로써 엄청난 댓가를 치루게 되었다. 정동영 의장의 말 실수는 분명 비판받아야 마땅하고, 그는 그에 합당한 사과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의 말 실수를 사실보도 차원에서 냉철하게 보도하지 않고 정략적으로 물고 늘어져 이용한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그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4월 1일 노인폄훼 발언 파문이 일자마자 즉각적인 사과와 용서를 구한 것이나 13일 선대위장과 비례대표 후보직을 사퇴한 것은 정치적으로 책임에 대한 용단은 평가할 만하다. 그렇다면 객관적 언론보도를 실종시켜버리고, 선거국면인데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정책과 비젼에 대한 보도를 해야 하는 그 자리에 특정 정치인의 말 실수를 배치해 정략적으로 이용해서 특정정당을 편향적으로 비호하는 언론은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인가?


"딱 걸렸다" 가차 저널리즘 (Gotcha journalism)

정동영 의장은 인터뷰 과정에서 젊은 유권자의 선거 투표 독려를 하는 과정에서 노인들을 폄하하는 발언을 했다. 그러나 4월 2일과 10일 에 걸친 동아와 조선일보의 신문 기사내용과 사진을 보면,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훼 말 실수를 사실성과 객관성에 견주어 볼 때 보도했다고 하기엔 어렵다. 오히려 조선과 동아일보는 특정언론사의 특정정당 지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정당지를 능가하는 보도태도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 두 신문에서는 노인 폄훼 발언이 연일, 그것도 모자라 하루 신문기사에 3-4건 이상의 보도와 사진이 게재돼 었다. 이들 신문은 정치인로서 그리고 열린 우리당의 대표로서 정동영 의장의 말실수를 릴레이식으로 계속 보도하며, 그들의 정치적 성향과 의도에 맞게 요리함으로써 객관적 저널리즘을 실종시켜 버렸다. 그 대신에 언론의 또 다른 속성인 가차저널리즘(Gotcha journalism)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그 문제가 심각하다.

Gotchas는 'I got you'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딱 걸렸어'라는 의미로 풀이될 수 있다. 가차 저널리즘이란 언론이 사건이든 인물이든 그 무엇이든지간에 '딱 걸리기'만을 노리다가 기다렸다는 듯이 융단폭격을 날리는 보도태도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언론이 특정 정치인의 실수나 해프닝을 꼬투리 잡아 집중적으로 보도하는 태도이다. 이러한 언론의 보도 태도의 문제는 잘 익은 체리만 골라내듯(cherry-picking)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이나 시청자들의 구미에 맞는 것만 골라내서 릴레이식 보도를 대대적으로 한다는데 있다.


조선일보 老風, 일관성 있게 세대갈등으로 몰고가…

조선일보는 정동영 의장이 어떤 맥락에서 60-70대를 폄하하는 발언을 했는지에 대한 배경설명없이 의도가 개입된 보도기사를 쓰고 있다.


 

◀조선일보 4월2일자 2면
우선 4월 2일자 2면에 실린 사진은 정동영 의장이 노인정을 찾아가 사죄하는 의미로 큰절을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포토저널리즘 차원에서 사건의 행위에 대한 사진의 캡션과 사진적 표현에는 큰 문제가 없다. 기사제목은'60-70代는 투표 날 집에서 쉬셔도 돼 그분들은 이제 무대서 퇴장하실 분들'로 뽑고, 보도 기사에 발언의 진상을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얼핏 보면 사실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사 말미에 한나라당 전여옥 대변인이 "60-70대는 지금의 우리나라 경제를 세웠던 분들인데 명색이 여당의 의장이라는 사람이 이렇게 세대간 갈등을 부추켜도 되는가"라고 말한 내용을 인용보도 한다. 자세히 읽다보면 조선일보의 이 기사제목과 인용보도의 문제가 정동영대표의 말 실수를 '세대 간 갈등'으로 의도적으로 규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조선일보 4월3일자 3면


조선일보는 4월 3일자 3면을 통해 총선에서 정치인의 말 실수는 정계퇴진으로 이어진다는 일관적인 논리를 펼치고 있다. 우선 사진은 정동영 의장이 브리핑 자리나오는 장면이다. 이 사진은 노인관련 발언 파문을 일으킨 정동영 의장이 곤경에 처해있고 홀로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러한 느낌은 뒷 배경의 인물들이 제각각인데다가 정의장의 얼굴이 크게 클로즈업되어 오는 느낌이다.
관련 기사 역시 한나라당 한선교 대변인의 논평 중 "정의장 발언은 6-70대를 반대세력으로 설정하여 20-30대 결집을 유도한 의도적 발언으로 의심 된다"라는 부분을 인용보도하고 있다. 왼쪽 상단에'지역'대신 世代 쏠림 심할 듯'이란 기사에서 정치인의 지나친 세대간 갈등을 문제 삼았고, 세대별 지지정당 변화추세에서 한나라당과 열린 우리당에 대한 세대별 지지도를 그래픽으로 보여주고 있다. 바로 하단 기사에서는 20-30대는 열린 우리당, 60대 이상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의 성향을 강조하고 있다. 주목할 것은 기자수첩에서 '정치인의 가벼운 입'이란 제목 하에 2000년 일본 총선 당시 모리(森喜朗) 총리의 말실수가 선거에서 실패한 결과를 가져왔듯, 정동영 발언 역시 선거에서 심판해야 할 대상이라는 식으로 쓰고 있다. 어찌됐건 전체 지면이 사진과 기사에서 정동영 의장의 말 실수를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으로 단정 짓고 있다.


성난 老心-노인세대 감정자극 보도로 전환

▲조선일보 4월5일자 3면

조선일보는 4월 5일자 3면에서 '성난 老心-與 느낌 안 좋다'라는 큰 제목 하에 정동영의장의 유세사진과 바로 아래에 사단법인 대한노인회(회장 안필준)가 3일 전국 16개 시도지부장회의를 긴급 소집, 정 의장에 대해 공직사퇴와 정계은퇴를 요구하며 항의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사진은 대한노인회의 집단적인 항의시위라기보다는 손을 들고 있는 노인 혼자만의 항의로 비추어 진다. 나머지 세 사람은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어 항의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포즈인 것 같다. 기사는 정의장이 부산과 대구 유세 중 곳곳에서 항의를 받고 있다고 쓰고 있고 "열린 우리당이 세대 간의 권력투쟁을 부추기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는 민주당 김종인(金鍾仁) 공동 선대위원장의 말을 인용하고 있다.

4월5일 같은 날 4면에서 "JP-나라 발전시킨 60-70대 폄하"하는 기사가 나가고 26면에서 사설'세대갈등 피할 수 없나'를 게재하고 있다. 사설에서는 "노무현 정권은 무능한 젊은 세대가 능력· 경륜· 안목을 갖춘 이들을 나이가 많거나 지위가 높다는 이유로 무조건 떠나도록 요구한'지위반란(Status Revolt)'이다. 이 상황은 그들이 주장하는 진보가 아니라 남미상황이 되기 십상인 퇴보적 갈등이다."라고 기술하면서 "2030세대의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2002년 대통령 선거는 한국 사회의 세대갈등을 증폭시킨 계기"라고 주장한다.

같은 날 31면 "너무 속 들여다 보이는 노인대책 홍수"라는 사설에서는 노인관련 정책이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 이후 나타나는 노인들의 정서를 잡아보겠다는 얄팍한 생각 뿐, 그들이 내세운 정책이 과연 노인문제에 대한 진지하고 책임 있는 연구검토의 결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기술하고 있다. 같은 날 6면 '후보들 일제히 효도합시다'는 각당 후보들의 노풍을 이용한 선거운동 사례들을 기사화하면서 노인세대를 공략하는 각당의 선거전략을 소개하고 있다. 이 두 기사는 열린 우리당의 노풍 막기 전략에 대한 비판 내용으로 채워졌고 노인세대들의 감정을 자극해 표를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

 

탄풍· 노풍, 구걸정치와 정치 불신 조장

 
조선일보 4월 7일자 6면▶

4월 7일자 6면은 "'탄핵', '노인' 얘기 그만해라" 유권자들 짜증; 현장 이모저모 라는 기사와 사진 한 장을 동시에 게재하고 있다.
우선 이 사진은 후보자가 헬스클럽을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이다. 사진으로만 볼 때도 후보가 유권자들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찾아가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 사진을 보면 헬스하고 있는 사람들 뒤편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후보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고, 한편으로 선거에 무관심한 유권자들의 무심함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이 사진이 하단 "탄핵· 노인 얘기 그만해라 유권자들 짜증"이란 제목과 기사내용을 연관지어보면 "유권자들은 정치를 혐오하고 있고 후보들은 구걸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읽혀진다. 결국 이 사진과 기사의 기본 관점은 탄핵과 노인 폄하 발언이 유권자들과 후보간의 불신을 초래했음을 보여주기 위한 의도적으로 사진과 보도기사를 편집했음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비적 사진 편집효과, 한나라당 띄우기

이번 조선일보의 선거보도에서 특이한 점은 사진과 기사의 대비적인 편집이다. 조선일보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상관없이 정치적으로 무관심한 어린 독자들마저도 조선일보가 한나라당을 지지하고 있음을 시각적으로 느낄 것이다. 조선일보 선거관련 특히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과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관련된 사진 선택과 편집을 보면 조선일보의 한나라당 띄우기는 극을 달하고 있다.

 

 

조선일보 4월 2일자 3면(칼라)▶

이번 정동영 의장의 노인 관련 발언 역시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편집양상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위에서 제시한 4월 2일자, 3일자, 5일자 신문사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한나라당은 손을 들고 있거나 많은 유권자들이 모인 배경에서 박근혜 대표가 손을 잡고 있다. 특히 4월 2일자 사진에서는 박근혜 대표가 손을 들고 서 있는 중심에서 원을 그리며 장년층 인물들이 있는 구도로 되어 있다. 수직적 자세로 손을 들고 있는 포즈와 하늘을 향한 시선으로 희망적 존재로 의미화 된다. 반면에 정동영 의장은 홀홀단신 노인정에 찾아가 수평적인 구도로 손을 방바닥에 대고 시선이 방바닥에 있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여기에 큰절이란 사죄개념이 결합돼 대단히 잘못한 사람이란 의미로 읽혀진다.
 

 조선일보 4월 3일자 5면(칼라)▶

 

 

 

 

조선일보 4월 5일자 4면▶

또한 4월 3일자 박근혜 대표 사진은 장년층 배경인물들 속에 전면에 있는 노인과 시선을 교감하며 손을 잡고 환하게 웃고 있는 형상을 띠고 있는 반면에 정동영 의장은 산만하고 무관심한 뒷 배경에 시선이 땅을 향해 떨구고 있는 암울한 얼굴이 클로즈업되어 있다.
4월 5일자 사진은 '불어라 박근혜 바람'이란 제목으로 박근혜 대표가 수많은 인파들을 뒷 배경으로 당원들과 손을 번쩍 들고 있는 형상이고, 반면에 연설하는 정동영 의장의 앞에는 사람이 없고, 옆에 일렬로 되어 있어 사람들이 방관적이거나 수동적으로 엿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더욱이 바로 아래 하단에 노인들의 항의 시위 사진을 선택해서 배치하고 있다.
이러한 대비가 과연 우연인가? 사진적 현실인가? 라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조선일보는 사진선택과 편집에 있어서 일관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노풍정국으로 몰고 가면서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를 띄우고 열린 우리당 정동영 의장의 이미지를 깍아내리는 전략이었음에 틀림없다.

조선일보 4월 6일자 4면(칼라)▶

선거보도의 본질 흐린 조선일보 가혹한 비판받아 마땅…

사진에 대한 인식은 사실적이고 있는 현실을 기록한다는 이데올로기적 신화가 잠복해 있다. 그러한 사진의 신화 역시 존중될 필요가 있다. 만약 그 사진이 사건의 본질에 더 가까이 있고 언론 사진으로서 객관적인 사실보도라는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다면 말이다. 그러나 조선일보나 동아일보의 경우처럼, 사실적 사진이 특정한 목적이나 사실적 사건을 떠나 정략적으로 이용되는 맥락에서 사용되어지는 것이라면 그 문제는 아주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정동영 의장의 노인 폄하 발언을 옹호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러나 이번 조선일보의 선거보도에서 노풍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특정정당을 편파적으로 비호한 가차 저널리즘적 보도 태도와 선거보도의 본질을 흐리게 한 책임 또한 전 국민의 냉철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와 관련된 동아일보 보도사진 비평이 이어집니다.

 


2004년 4월 16일

2004총선미디어감시국민연대 보도사진모니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