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상품권 페이’ 고발한 한겨레21, 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선정
등록 2018.02.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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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1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1월 ‘이달의 좋은 보도’ 온라인 부문에 한겨레 21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1/8)가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2월 27일(화)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1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1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심사 개요
좋은 온라인보도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 매체 : 한겨레21 취재 : 김완 기자, 보도 일자 : 18

선정

위원

김규명(민언련 활동가/신문 모니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활동가/방송 모니터),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상임활동가/종편 모니터),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11일부터 31일까지 일간지 및 방송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의 보도

 

1월 ‘좋은 온라인 보도’, 방송계 ‘적폐’ 고발한 한겨레21

 

2018년 새해의 화두는 단연 ‘직장 내 갑질’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한림대 성심병원이 장기자랑을 빌미로 간호사들에게 선정적인 의상과 춤을 종용한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기점으로 노동자의 생계를 볼모 삼아 벌어지는 사측의 갑질이 사회적 이슈가 됐다. 온라인에 ‘직장 갑질 119’가 출범해 노동전문가, 노무사, 변호사가 노동자들의 고충과 제보를 받고 있으며 2월 1일까지 무려 5400여 건의 ‘직장 갑질’ 사례가 신고됐다. 12월 20일엔 ‘방송계 갑질 119’도 신설됐는데 주로 프리랜서, 외주제작사, 비정규직들이 겪는 고충과 부당노동행위가 고발됐다. 한겨레21은 바로 이 시점에 결정적인 보도를 내면서 방송계의 오랜 적폐를 사회적 의제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2016년 10월 tvN 이한빛 PD 사망, 2017년 7월 EBS 다큐멘터리 외주 제작 김광일‧박환성 독립PD 사망, 2017년 12월 tvN 드라마 ‘화유기’ 스태프 추락 사고 등 해마다 인명사고를 냈던 방송계의 비정상적 외주제작 환경이 드디어 그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충격적인 ‘상품권 페이’도 ‘빙산의 일각’

한겨레21 김완 기자는 ‘방송계 갑질 119’가 신설된 직후 2주간 제보된 사연들을 집중 취재했다. 이 과정에서 용기를 낸 10여 명의 방송 노동자들이 ‘상품권 임금 관행’ 등 악습을 증언했고 한겨레21이 이를 최초 보도했다. 그 내용은 실로 충격적이다. 방송사들이 외주제작사 인력이나 독립PD들의 하청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이들의 임금을 상품권으로 지급한 것이다. ‘상품권 페이’ 자체가 임금을 반드시 통화로 직접 정기적으로 전액 지급하도록 강제한 근로기준법 제43조를 위반한 불법에 해당한다. 이를 어길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도록 규정된, 매우 중대한 법규 위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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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21 1195호 표지 갈무리 (출처 : 한겨레21 페이스북)
 

놀랍게도 방송사의 불법 행위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한겨레21 <열심히 일한 당신 상품권으로 받아라?>(1/8 http://bit.ly/2B3IHEG)에 의하면 ‘상품권 페이’는 ‘갑질’의 일부일 뿐이다. 카메라 등 장비를 다루는 인력은 ‘장비’로 취급 받으며 오로지 ‘일한 날수’로 임금을 정산한다. 이 때문에 하루에 2회분 이상을 찍는 강행군을 치러도 임금은 1일 일한 시간만큼만 주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 그나마 그 ‘날품팔이’조차 6개월 간 지급을 미루다 한꺼번에 ‘상품권’으로 주어졌고 증언에 의하면 ‘상품권 페이’는 카메라 감독, 작가, 조연출 등 대부분의 외주제작 인력이 겪는 관행이다. 노동자들은 상품권을 현금화해야 비로소 노동의 대가를 접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7.7% 가량의 수수료까지 부담해야 했다. 방송사들은 ‘막내 작가 구인광고’를 낼 때 아예 ‘고료는 상품권 지급’이라 명시해, 노동권에 대한 몰지각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일주일에 2~3일은 기본적으로 밤샘 작업을 하는 살인적 노동 환경, 여성 노동자에 대한 성추행, 제작비 후려치기, 폭언 등 많은 방송 노동자들의 고충이 한겨레21을 통해 공식화됐다.

 

그많은 ‘상품권 페이’는 어디서 왔나
한겨레21은 ‘방송계 갑질 119’의 제보자들이 모두 익명인 관계로 상품권 페이 등 갑질을 겪은 노동자들의 소속, 직군, 고용 형태, 연령, 성별 등 구체적인 통계를 제시하지는 못했다. 확실한 것은 많은 방송계 외주 제작 인력, 비정규직들이 실질적으로 최저임금도 못 받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사실, 한겨레21이 취재한 노동자 중 절반이 ‘상품권 페이’를 경험할 정도로 그 관행이 만연하다는 사실이다. 한겨레21은 후속 보도를 통해 그 상품권 페이의 원천이 무엇인지 파헤쳤고 여기서도 방송사의 불법 행위가 나타났다. 


한겨레21 <KBS, 상품권 협찬 축소 신고하고 세금 '대납'시켰다>(1/26 http://bit.ly/2EG3QLK)는 한국PD연합회 기자회견에서 KBS의 불법 행위를 고발한 KBS 협찬 영업 등록대행사 대표 A씨의 증언을 보도했다. A씨에 따르면 KBS는 패널 광고 협찬금으로 상품권 100만원이 입금되면 70만 원만 받은 것으로 신고하고 그에 대한 부가세 7만원마저 대행사가 ‘대리 납부’하는 식으로 처리했다. 상품권 패널 광고가 모든 방송사에서 일상적으로 이뤄지고 ‘상품권 페이’ 역시 방송계 전체의 관행임을 감안할 때, 외주 제작 인력에 임금으로 제공되는 상품권이 불법적으로 불린 광고 협찬금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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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의 상품권 협찬 처리 과정 지적한 한겨레21(1/26)

 

방송사들 ‘사후약방문’식 대처, 근본적 해결에 방통위가 나서야
한겨레21 보도의 파장은 컸다. 사회 전반에 걸쳐 부당노동행위, 이른바 직장 갑질이 화두가 된 상황에서 방송사들의 불법 행위가 보도되자 여론은 들끓었다. 그동안 생계를 볼모 잡혀 부당한 노동환경을 감내해야 했던 노동자들도 입을 열기 시작했고 마침 정상화 절차가 진행 중인 공영방송 KBS‧MBC는 뭇매를 맞아야 했다. 한겨레21 첫 보도에서 지목된 SBS는 보도 후 열흘이 지난 18일,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며 ‘상품권 페이 근절’을 선언했으나 2월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제보자와 함께 일했던 서 모 SBS PD가 “내부 관행을 모르신 것에 대해 감독님 그거를 기자한테 얘기를 하신 거잖아요. 그래서 저희가 복잡해진 것”, “내부 이야기를 바깥에 공식적으로 해야 되는 거는 그 회사 조직에 굉장히 누가 되죠” 등 제보자에게 고압적 발언을 한 사실까지 드러나 스스로 설득력을 잃고 말았다. KBS의 상품권 협찬 처리 과정을 폭로한 A씨 역시 “문제는 방송사들이 일으켜놓고 사회적 논란이 되니 치워버리자는 식이다.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방송사의 지시대로 했을 뿐인 대행사들의 밥줄을 또 일방적으로 끊겠다는 갑질 선언”이라고 밝혔다. 이에 방송사에 해결을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를 통한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이런 상황을 개선할 열쇠는 유관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가 쥐고 있다. 한겨레21 보도 직후 반드시 방송사 재승인 및 재허가 평가 항목에 외주 제작 불공정 관행 개선 및 비정규직 노동환경 평가를 추가해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고삼석 방통위 상임위원은 1월 22일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이를 약속했지만 아직 방통위의 공식적인 입장은 미온적이다. 1월 19일엔 지상파 4사, 종편 4사, CJ E&M 등 주요 방송 사업자가 모두 참여한 ‘외주제작 시장 불공정 관행 개선 회의’를 개최했으나 매년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외주제작시장 실태 점검에 상품권 임금 지급 문제를 포함하기로 협의했을 뿐 구체적인 대책은 역시 나오지 않았다. 시민사회와 외주 제작사 및 독립PD 등 종사자들은 방통위가 엄격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겨레21의 ‘일성’, 침묵하는 방송사들
이렇듯 한겨레21의 보도는 암묵적으로 유지되던 악습을 고발해, 침묵해야 했던 피해자들을 대변했고 당사자들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베일 속에 감춰졌던 ‘방송계 갑질’을 여론화되는 데 한겨레21의 공로가 상당하다. 매체 간 비판이나 고발 보도가 흔하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한겨레21이 방송계에 일성을 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답이 없다. 지상파 3사 및 종편 4사의 메인뉴스는 모두 한겨레21의 최초 보도가 나온 1월 8일 이후 지금까지 스스로 당사자인 ‘상품권 페이’에 단 1건의 보도도 내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말, 김광일‧박환성 독립PD 사망 사고로 방통위가 급히 ‘방송프로그램 외주제작시장 불공정관행 개선 종합대책’을 발표했을 때도 MBC 1곳만 보도한 바 있다. 뉴스가치 판단은 방송사 고유의 권한임을 인정한다 해도, 방송사들이 자신의 치부에 철저히 눈감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다. 한겨레21의 보도로 인해 ‘침묵’이라는 또 다른 ‘방송사 갑질’이 의도치 않게 드러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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