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 권리’ 위해 중징계 감수한 오마이뉴스, 2월의 ‘좋은 보도’
등록 2018.03.23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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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2018년 2월 ‘이달의 좋은 보도’를 선정했습니다. 민언련 2월 ‘이달의 좋은 보도’ 온라인 부문에 오마이뉴스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2/9)이 선정되었습니다. 민언련 ‘이달의 좋은 보도’ 시상식은 3월 27일(화) 오후 7시 민언련 교육관(마포구 공덕동 110-22 3층)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취재 기자들과 함께 하는 간담회도 시상식 직후 진행됩니다. 관심 있는 분은 누구나 참여 가능합니다. 아래는 2018년 2월 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 선정 사유입니다.

 

20182이달의 좋은 온라인 보도심사 개요

좋은

온라인

보도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2/9) 매체 : 오마이뉴스

취재 : 오마이뉴스 특별기획팀(최지용·손지은·배지현·박종현·박준규·윤미혜 기자

선정위원 김규명(민언련 활동가/신문 모니터) 김언경(민언련 사무처장), 배나은(민언련 활동가/방송 모니터), 이광호(전태일기념사업회 이사), 이봉우(민언련 상임활동가/종편 모니터), 정수영(성균관대학교 연구교수)(가나다 순) 

심사

대상 

21일부터 28일까지 신문과 방송 뉴스를 제외한 모든 온라인 매체의 보도

 

2월 5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피의자 중 한 명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심(항소심) 재판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받고 석방됐다. 여론은 들끓었다. 사법부가 또 삼성 총수에 면죄부를 주며 ‘삼성 공화국의 하수인’임을 스스로 증명했다는 비판부터 ‘안종범 수첩 증거능력 부인’ 등 법리적으로도 납득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5일 선고 직후부터 관련 보도도 쏟아져 ‘글로벌 기업 삼성’의 ‘오너 리스트’를 막았다는 옹호 기사부터 판결의 쟁점을 따져보는 기사까지, 우리 언론 지형의 넓은 스펙트럼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전례 없이 대다수 국민이 법원의 판결문에 의문을 가지게 됐다. 

 

국민이 궁금해 한 ‘판결문’ 공개하자 돌아온 것은 ‘중징계’?
그러던 2월 9일, 온라인 매체 ‘오마이뉴스’가 ‘사고’를 쳤다. 이재용 부회장의 1, 2심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것이다. 기자들에게 공개된 판결문 중 일부를 발췌하여 보도하는 경우는 일상적이나 이렇게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판결문의 분량이 상당하기 때문에 일반 시민들이 언론에서 판결문 전문을 접할 기회는 드물다. 나라의 근간을 흔든 사건의 파문이 큰 판결인 만큼, 오마이뉴스가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해 용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법원 출입기자단과 법원은 오마이뉴스의 ‘사고’를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법조 출입 기자단은 내부 규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오마이뉴스에 1년 출입 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고 법원은 이후 이재용 판결문을 아예 비공개로 전환해 버렸다. 이로써 오마이뉴스는 사법부의 판결문 비공개의 관행과 대법원 기자단의 권력화라는 또 다른 쟁점을 이슈화시켰다. 오마이뉴스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109조에 따라 기본적인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킴과 동시에, 의도하지 않게 국민의 알 권리와 관계된 다른 권력기관의 ‘반민주주의적 행태’까지 드러낸 것이다. 

 

‘전문 공개’에 ‘쟁점’까지 일목요연…이 보도가 ‘징계 대상’?
오마이뉴스 <'공범자' 이재용 vs '피해자' 이재용>(2/9 http://bit.ly/2oSEVuP)는 이재용 1, 2심 판결문 전문 공개 외에도 1심과 2심 판결이 갈린 10가지 쟁점을 간략히 정리했다. 대표적으로 1심에서는 이 사건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 사건”, 즉 정경유착으로 봤으나 2심은 “전형적인 정경유착의 모습을 이 사건에서는 찾을 수 없다”며 ‘사건의 정의’ 자체를 뒤집어 버렸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이와 연장선상에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 혐의 공범 여부’도 2심에서 부인됐다. 1심은 공범으로 봤으나 2심은 이재용 부회장을 ‘박근혜 권력에 못 이겨 돈을 준 피해자’로 규정했다. 또한 이화여대 학사 비리 재판,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재판, 차은택 씨 관련 재판, 최순실 씨 재판, 심지어는 이재용 부회장 1심에서도 간접 증거로 인정됐던 안종범 수첩이 유독 이재용 2심에서만 증거 능력을 박탈당했다는 점도 중요하다. 

 

오마이뉴스는 이 핵심 쟁점 3가지를 포함해 ‘이재용 승계 작업 존재 여부’, ‘재산 국외도피 여부’ 등 총 10가지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했고 더 자세한 내용을 독자가 볼 수 있도록 관련 기사 링크도 제공했다. 여기에 덧붙여 1심, 2심 판결문 전문을 공개했고 이로써 시민들은 전체 판결문의 맥락 속에서 쟁점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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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1, 2심 판결문 전문을 공개한 오마이뉴스(2/9)
 

‘내부 엠바고 합의’? 최소한의 상식과 헌법에도 맞지 않는 ‘징계 사유’
독자 입장에서는 상을 줘야 할 보도인데 법조 출입기자단은 왜 1년 출입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린 것일까. 사유는 지극히 간단하다. 출입 기자단 사이의 ‘내부 합의’를 어겼다는 것이다. 대법원 출입 기자들이 1심, 2심 판결문의 경우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전문 공개를 하지 않기로 암묵적으로 ‘엠바고’를 합의했으나 오마이뉴스가 이를 깨고 ‘특종’을 내버렸다는 이유다. 오마이뉴스는 “해당 판결문을 법원이 출력해 문서로 기자단에 제공했고, 다수의 언론사가 판결문을 직접 인용해 보도했기 때문에 전문을 공개하더라도 엠바고 파기가 아니라는 점, 또 해당 판결문이 이미 인터넷상에 공개돼 있었다는 점, 지난 2014년 <오마이뉴스>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판결문을 공개했을 때는 징계가 없었던 점”을 들어 소명했으나 기자단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써 오마이뉴스는 1년 간 검찰을 비롯한 법원 등의 기자실 출입을 제한받고, 보도자료 및 공지사항을 제공받을 수 없게 되며 이른바 ‘백브리핑’을 받을 수 있는 ‘티타임’도 참여할 수 없게 됐다. 


법조 출입기자단은 오마이뉴스가 보도를 낸 2월 9일부터 곧바로 중징계를 논의했고 21일 징계가 결정됐다. 기자단의 징계 논의가 시작된 9일부터 각계에서 기자단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언련 등 언론단체는 물론,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도 ‘헌법을 무시하며 권력기관으로 전락했다’며 기자단을 질타했다. 기자단이 “언론의 주요 사회적 기능인 시민의 알 권리를 언론 스스로 옥죄는 행태”를 보이고 있으며, “국민의 알 권리나 헌법규정보다 출입처와의 관계, 기자단 내부의 위계질서나 내규를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그들의 ‘내부 엠바고’가 일반 시민들, 언론 독자들에게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오마이뉴스의 전문 공개가 시민들보다 기자단 사이에서 ‘뜨거운 감자’가 된 이유는 오마이뉴스가 소명했듯, 이미 판결문을 인용한 보도가 숱하게 쏟아졌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많은 보도들 사이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던 판결의 조각들을 오마이뉴스의 전문 공개를 통해 하나의 큰 그림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이 점이 오마이뉴스 보도가 지닌 가치였다. 즉 오마이뉴스는 국민들에게 아예 공개되지 않았던 것을 최초로 공개한 것이 아니다. 심지어는 그들 역시 국민인 법조 출입 기자단도 이미 법원으로부터 판결문을 제공 받아 보도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마이뉴스에 내려진 징계를 과연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마이뉴스가 드러낸 또 하나의 적폐, ‘판결 비공개 관행’
더 납득하기 어려운 것은 법원이 이재용 판결문을 비공개로 전환했다는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 측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미 1심 판결문도 비공개로 전환했던 법원이 2월 말 경, 2심 판결문도 비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오마이뉴스는 법원의 이러한 ‘판결 비공개 관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오마이뉴스 <출입정지 1년 먹은 오마이뉴스가 법조기자단과 법원에 띄우는 글>(2/27 http://bit.ly/2FSFZsV)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는 헌법 109조를, 법조 기자단 뿐 아니라 법원 스스로 어기고 있음에 주목했다. 판결문 공개 원칙을 천명한 헌법에 따라 종합법률정보시스템에 일부가 공개되고 있으나 그 비율이 대법원 판결은 3.2%, 각급 법원 판결은 0.003%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소수 공개된 판결을 시민들이 받아볼 수 있는 절차도 매우 까다롭다. 항소심까지의 판결문을 보기 위해서는 사건번호를 알아야 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면 사건번호와 당사자 이름까지 알아야 판결문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기자들이야 취재를 통해 사건번호나 당사자 이름을 알아내야 한다고 치고, 일반 시민들은 과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라는 것이 오마이뉴스가 던진 질문이다. 


오마이뉴스는 큰 사건의 경우 ‘이재용’ 등 주요 피의자의 이름이 모두 ‘비실명’ 처리되어 있다는 점, 피의자 측의 요청만으로 너무 쉽게 비공개가 결정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렇게 되면 아주 어렵게 소수의 판결문을 국민이 구한다 해도 사실상 그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다. 오마이뉴스는 이런 상태를 “현재 한국 법원은 극히 제한된 판결문을, 아주 어려운 방법으로 공개하고 있으며, 실제 공개된 판결문을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법원 스스로 재판 공개라는 헌법적 가치를 위배하고 있으며 법조 출입 기자단은 그 헌법적 가치를 일부 수행한 오마이뉴스를 징계하며 ‘헌법 위배’에 동조한 것이다. 

 

뜻하지 않게 ‘투사’가 된 <오마이뉴스>
기자단으로부터 별안간 중징계를 받으면서 오마이뉴스는 의도치 않게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대변하는 언론사로 떠올랐다. 많은 시민들이 오마이뉴스와 함께 법조 기자단의 권력화를 비판하고 있고 헌법을 거스른 사법부의 ‘비공개 관행’도 이제 막 수면 위로 떠올랐다. 1년 출입 정지라는 무거운 처벌에도 뜻을 굽히지 않고 판결문 전문 공개를 내리지 않는 용단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이다. 


그러나 이제 시작이라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청와대 기자단과 작은 마찰을 빚으며 불거진 ‘기자단 갑질 논란’은 청와대에 국한된 문제로 관심에서 멀어졌으나 이번에 오마이뉴스가 드러낸 문제는 ‘기자단 존재 가치’를 묻는 본질적 차원으로 접어들었다. 기자단 스스로 국민의 알 권리를 반한다는 것이 ‘오마이뉴스 징계 사태’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드디어 첫 발을 내딛은 ‘기자단 문화 개혁’에서 오마이뉴스가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지, 귀추가 주목되는 동시에 오마이뉴스 스스로 고민해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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